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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패션위크에 대한 소회



패션위크가 지난 주 수요일로 막을 내렸다. 패션가을은 강쇠바람을 타고 부산을 출발했다. 대구에서 무르익었고, 순식간에 서울을 물들였다. 그리고 지난 수요일 스러졌다. 짧은 계절처럼 쓸쓸하고 아쉽게 종적을 감췄다. 내년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뻔한 약속만을 남겼다.

런웨이(Runway)장에서 가장 가까운 좌석은 바이어를 위한 자리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옷을 바이어에게 보여주고 주문을 받는다. 주문보다 더 귀한 바이어의 조언을 위해서는 자리가 아닌 장소 전체라도 내줄 수 있다. 그 자리는 연예인과 블로거, 중국 재력가의 것이 아니다. 연예인에게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를 뒷줄에 앉아서 받은 바이어는 두 번 다시 행사장을 찾지 않는다.

패션행사장의 VIP는 당연 좋은 값에 옷을 구매하고 유통시키는 바이어다. 많은 돈을 들여서 초청을 하는 이유다. 이번 패션위크의 VIP는 블로거였다. 유명 블로거에게 항공·숙박·행사장 안내는 최고 수준으로 제공됐다. 심지어 별도의 수고료도 적지 않게 지불했다. 런웨이에 온 블로거는 자신이 어떤 눈으로 옷을 보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모른다. 그냥 많이 찍고, 감탄사를 붙여 업로드 할 뿐이다.

행사기간 동안에는 세미나·만찬·사교파티 등 각종 모임이 열린다. 그곳에는 나름의 엄격한 입장 기준이 있다. 대부분의 모임이 관계자, 관계자 지인들로 채워졌다. 바이어가 재미 삼아 들러도 한 시간 이상 시간을 보낼 수가 없다. 호텔에서 쉬는 게 백 번 낫기 때문이다. 패션행사 관련 모임에서 패션 얘기를 할 상대가 없다는 건 끔찍하다.

어쩌다 세계적인 바이어, 패션 관계자가 행사장에 등장했다. 쇼 주최 측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일찍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브랜드 관계자가 와서 참석한 연예인을 촬영해야 하니까 자리를 옮겨달라는 요청에 웃었다. 그리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주관 기관에서 그토록 엄청난 돈을 들여 부르고 싶었던 사람이 스스로 왔는데 문전박대 했다.

두 번 이상 한국 패션위크에 온 바이어들은 입을 모은다. 같은 문제거나, 더 나쁜 문제거나, 경험해보지 못한 문제와 맞닥뜨리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부끄러웠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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