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치러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입시가 마무리된 지 10개월 가량 지나서야 출제오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14일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정답을 2번으로 보고 내린 등급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사회탐구 과목으로 세계지리를 선택해 8번 문항에서 오답 처리된 수험생은 1만8000여명에 이른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이 문항으로 대학에서 불합격된 수험생들이 불합격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논란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사립대는 합격자지위확인 소송 등을 낼 수 있고 국공립대의 경우 행정처분에 해당, 처분일로부터 90일 안에 소송을 내야 하는데 이미 제소 기간이 지나 각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세계지리 한 문제 때문에 불합격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구제 여부는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세계지리 8번 문항은 A.유럽연합(EU)과 B.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옳은 설명을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NAFTA가 등장하면서 멕시코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는 ㉠과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을 정답으로 제시했다.
수험생들은 "문제에 제시된 그림 기준 시점이 2012년으로 돼 있는데 그 해에는 EU의 총생산액이 NAFTA의 총생산액보다 적어 보기 ㉢은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평가원은 "세계지리 교과서와 EBS 교재에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일반적 내용이 있고 2007년에서 2011년 통계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법원이 수능 출제 오류 판결을 내린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문제를 낸 평가원도 이를 감독하는 교육부도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출제 오류 판결에 대해 "이번 법원 판결은 사상 초유의 사태인 만큼 다양한 법률 검토가 필요하고 출제 당사자인 평가원 측과 협의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평가원 측은 "우선 판결문 내용을 자세히 분석해봐야 할 것 같다"며 "이에 대한 검토가 끝나야 상고 여부나 공식적 입장이 정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교원단체들은 평가원과 교육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소송에 기대기보다는 사태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평가원과 교육부는 상고를 중단하고 법원의 판결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며 "더 이상 수험생에게 고통을 떠넘기지 말고 피해보상대책 및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전교조는 해결책으로 "수능자격고사전환, 수능과 내신으로 입시간소화, 국공립대통합 등 근본적인 대입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어느 시험보다 정확성과 신뢰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수능 문제가 오류 판결을 받아 수험생들의 피해와 대학입시의 혼란이 야기된 현실을 우려한다"며 "교육당국이 후속 대책 마련해 수험생 피해와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