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이병헌(44)씨가 자신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걸그룹 글램의 멤버 김다희(20)씨와 모델 이지연(24)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되며 법정에 실제로 출석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은영 부장판사는 16일 이씨 등에 대한 공동공갈 혐의 1차 공판에서 이병헌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다만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병헌씨의 명예가 실추될 것을 우려해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키로 했다. 이병헌씨와 이씨 등을 소개시켜준 클럽 이사 석모씨도 증인으로 함께 채택됐다.
이에 이병헌의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이미 검찰에서 모든 정황과 증거 등을 통해 구속기소한 사건이기 때문에 이병헌은 공판에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병헌의 법률대리인이 출석한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 덧붙였다.
이와 관련 또 다른 매체와의 통화에서는 "오늘 공판에서 전해진 협박녀들의 말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본인들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작정하고 진술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건의 본질이 잊혀지고 엉뚱한 방향으로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날 공판에서 모델 이씨 등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애초에 이병헌 측에서 먼저 연락을 취했다"며 계획적으로 돈을 노리고 접근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동영상을 근거로 돈을 요구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남녀관계에서 발생한 일로 계획적인 범행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델 이씨 측 변호인은 "이병헌 씨가 먼저 연락처를 물어보는 등 접근했다"며 집을 요구한 혐의에 대해서도 "이병헌 측이 먼저 현재 사는 집 가격을 물어보고 공인중개사를 통해 비슷한 가격대의 집을 알아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이어 "이병헌 씨가 이 씨에게 스킨십보다 더한 것을 요구했고 이 씨가 이를 거절하자 헤어지자고 했다"며 정상 참작을 요청했다.
김다희 씨 측 변호인은 "이병헌 씨가 지속적으로 이 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며 집을 사주려 했다"며 "김 씨는 두 사람이 헤어졌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친한 언니가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범행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또 "김 씨는 동영상 유포가 죄가 되는 줄은 모르고 있었다"고 변론했다.
김 씨 측은 "이 씨가 동영상을 한 연예매체에 제보하면 10억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해 동영상을 돈을 받고 파는 것이 불법이 아니라고 오해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송규종 부장검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법상 공동 공갈 혐의로 김다희와 이지연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세 사람은 지난 7월1일 지인의 소개로 함께 저녁을 먹으며 알게 됐다. 이후에도 몇 차례 만나 술을 마시면서 어울렸다.
다희와 이지연은 이병헌이 이지연을 여자로서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이성교제 대가로 이병헌에게 집이나 용돈 등을 받아낼 계획을 꾸몄다. 거절할 경우 7월3일 찍어놓은 음담패설 동영상을 빌미로 협박하기로 했다.
이지연은 지난 8월 14일 이병헌에게 "혼자 사는 집으로 옮겼으면 좋겠다"며 집을 사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러나 이병헌은 오히려 '그만 만나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다희와 이지연은 이병헌과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해 촬영한 뒤 이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기로 했다.
8월 29일 오후 2시30분께 이병헌을 서울 논현동 이지연의 집으로 불러들인 두 사람은 다희의 스마트폰을 통해 몰래 촬영을 하려 했다. 그러나 좀처럼 포옹할 기회가 오지 않자 음담패설 동영상을 빌미로 여행용 가방 2개를 꺼내놓으며 현금 50억원을 요구했다. 이병헌은 곧바로 집을 나와 경찰에 신고했고 두 사람은 9월 1일 체포됐다.
당시 검찰은 이지연은 광고 모델 일을 하면서도 별다른 수입이 없었고 다희도 장기간 활동이 없어 소속사에 3억원 넘는 빚을 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 사건의 다음 공판은 11월 11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