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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어르신께 고합니다



칠순의 노부부는 대치동의 한 전시장을 찾았다. 느린 걸음으로 행사장을 돌았다. 무엇인가를 가리키며 대화를 나눴고, 부스를 방문해 궁금증을 해소하느라 바빴다. 얼핏 봐도 시간이 남아서 마실 나온 것은 아니었다. 두 시간 남짓한 정보 수집을 마치고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택과 부동산을 어떻게 정리해야 좋을지 궁리 중이었다. 최근 10년 동안 몇 번의 부동산 정리가 있었는데 매번 후회막급이었다. 자식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답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노인 학대가 급증한다는 소식이다. 대부분의 노인 학대는 가정 내에서 이뤄진다는 게 더욱 충격적이다. 학대를 받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식에게 도움을 줄 재산이 없기 때문이다. 평생을 자식에게 주고 살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하다. 더 줄 게 없고 더 남길 게 없다면 숨소리도 내지 말고 살라는 위협뿐이다. 평생 벌이를 그 만큼밖에 못했으면 자식 어깨에 짐 지우지 말고 사라져 달라는데 할 말이 없다. 어느 한심한 청춘이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부모를 버리는 고려장이라는 풍습이 있었다고.

고려장은 고려시대의 풍습이 아니다. 고려시대의 장례문화의 기록을 보면 어디에도 부모를 집밖에서 홀로 숨지게 하는 사상은 없다. 뿐만 아니라 부모의 장례를 소홀히 하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했다. 기로설화에 보면 부모를 버리려 하는 아버지에게 자식이 잘못을 지적해서 아버지와 손자가 조부를 극진하게 모셨다고 나온다. 이 이야기의 기로국이 고려국으로, 기로장이 고려장으로 바뀌었다. 이 설화의 교훈은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버리면 훗날 아들도 아버지를 버릴 것'이라는 데 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와 다르지 않다.

공산품뿐만 아니라 서비스에서도 실버산업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노년층의 재력이 있고, 그 재력의 핵심에는 자식 손에 여생을 의탁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자리한다. 이런 관계는 부모가 아닌 자식의 사상과 태도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자식을 그렇게 성장시킨 부모의 교육방식과 사회 시스템의 잘못이 더 크다. 스스로 허무하고 아쉬운 삶의 여정을 만든 셈이다. 이제라도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지 말자. 그로 인한 책임감은 모두에게 화근이다.

어르신께 고합니다. 당신들은 세상에 최선을 다 하셨습니다. 더 당당하십시오. 학대에 강경히 대응하시고, 엄하게 꾸짖으십시오. 그리고 고유한 여생의 가치를 확인 하십시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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