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보조금 대란 일어났을 때만큼 손님이 몰리네요." - 9월 30일 서울시청 근처 한 이통사 대리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로 파리만 날립니다." - 10월 2일 신림동 한 이통사 대리점
지난 1일부터 단통법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휴대전화 유통업체(대리점·판매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을 앞둔 지난달 29일과 30일 번호이동 건수(알뜰폰 제외)가 각각 5만7107건, 5만318건에 달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첫날인 1일 번호이동 건수는 4524건에 불과했다. 이동통신사 별로는 SK텔레콤이 901명의 가입자 순증을 기록했고,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673명, 228명의 가입자 순감을 보였다.
이처럼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이 줄어들자 소비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모습은 이미 예견됐다. 실제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소식에 지난달 29일과 30일 전국의 휴대전화 대리점 및 판매점에서는 오전부터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지난달 30일 낮 12시 서울시청 근처 한 이통사 대리점. 이 곳엔 점심시간을 틈타 휴대전화를 새롭게 구매하려는 이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대리점 직원들도 고객 상담을 하는 한편, 새로운 손님 맞이에 한창이었다. 특히 한 직원은 "단통법이 시행되면 혜택이 줄어듭니다. 손님이 많아 개통처리가 다소 늦어질 수 있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은 조금 이따 방문해주세요"라고 설득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직원은 "오전에 문 열자마자 손님들이 몰리더라"면서 "언론에서도 설명하는 것처럼 단통법 시행 이후 공짜폰이 사라지고 보조금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이용자들이 단통법 이전에 휴대전화를 교체하고자 어제와 오늘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저녁 광화문 근처 또다른 대리점에선 휴대전화 교체 외에도 상담하는 고객들이 잇따랐다. 이 대리점을 찾은 한 고객은 "갤럭시 노트4로 휴대전화를 교체하려 했는데 단말기가 없어 예약만 가능하다고 하더라"면서 "오늘 가입이 가능했다면 할인혜택을 더 받을 수 있었는데 다음달에는 단통법 시행으로 할인 혜택이 줄어 10만원 이상 더 비싸게 사게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손님이 몰리던 분위기는 다음날 곧바로 달라졌다.
지난 2일 신림동의 한 이통사 대리점주는 "보조금이 줄어들었다는 소식에 손님도 끊겼다"면서 "정말 단통법이 누굴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 대리점주는 이어 "결국 어딜가나 휴대전화를 똑같은 가격에 살 수 있으면 각 지역에 휴대전화 유통점도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단통법으로 인해 유통점간에도 경쟁이 사라지면서 고객들도 휴대전화를 비싸게 사야하고 유통점주들은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상에서도 단통법 시행에 따른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유명 휴대전화 구입 관련 커뮤니티에 "단통법은 결국 전국민을 '호갱님(호구+고객님)'으로 만들었다"면서 "과연 이번 단통법이 누굴 위한 것인지, 정부 당국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