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씨는 승리 요정으로 불린다. 지난 20년 이상 미국 메이저리그 비인기 구단의 대명사 캔자스시티 로얄즈를 응원했다. 지난 8월에는 이 사실이 구단에 알려졌고, 구단은 그를 홈경기에 초청했다. 미국 땅을 밟아 본 적도 없는 그의 응원이 SNS에서 퍼졌고, 캔자스시티 로얄즈는 29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뿐만 아니라 지구 우승 팀간의 경기에 참여하기 위한 자격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최근 전문가의 예상을 깨고 강적 오클랜드를 연장 12회에 제압했다. 이쯤 되니 미국 내 팬들이 이성우 씨의 여권을 빼앗아 체류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만하다.
손연재가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체조 역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체조요정에서 체조여왕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앳된 얼굴의 소녀로 TV에 등장해 체조요정의 존재를 알리며 응원 받았던 세월은 꽤 길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을 때 우리는 환호했고, 2년 뒤 런던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성적표를 확인했을 때는 분을 삼켰다. 그녀는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딴 게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말했다. 이제 그녀의 선수 생활은 대한민국 스포츠계는 물론 사회문화 분야의 역사가 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선정됐다. 그가 외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에세이 경시대회에서 수상하면서 존 F. 케네디를 만났던 경험이 계기였다. 노벨상 위원회는 그를 두고 기후변화, 핵 확산 방지, 8가지 새천년개발목표 달성 등을 안정적으로 수행해온 것을 후보 자격으로 삼았다. 또 적극적 정치가는 아니지만 중국과 미국 등의 강대국 사이에서 민감한 국제 이슈를 노련하게 협상해 온 업적도 높이 평가했다. 수상 가능성을 떠나 그의 존재에 대한 평가 자체가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영광이다.
우리는 영웅을 보고 있다. 이 시대의 영웅은 그가 오늘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영웅이 지나온 세월에 주목한다. 세월의 가치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서 어떤 난관도 이겨낸 불굴의 의지 때문이 아니다. 너무 하고 싶고, 갖고 싶어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고 견딘 인내 때문이다. 인내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 자신은 영웅이란 추앙이 부끄럽고 낯설다.
슈퍼맨과의 영웅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슈퍼맨이 재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을 안다. 이 시대는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인내로 지켜내는, 갈채 받는 자리에 올랐을 때조차 덤덤할 수 있는 사람이 영웅이 된다. 당신도 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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