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는 눈으로 보고 감상만 하는 꽃이 아니라 식용으로도 먹는 꽃이다. 봄에는 싹을 먹고, 여름에는 잎을 먹으며 가을에는 꽃을 먹고, 겨울에는 뿌리를 먹으면 좋다고 했는데 가을에 먹는 꽃 중에는 국화가 대표적이다.
국화차는 가을에 음미해야 향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국화주 역시 선선한 가을밤에 마셔야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찹쌀가루 반죽해 국화를 붙인 국화전도 가을 음식이다. 우리 조상님들은 봄철인 음력 3월 3일 삼짇날에는 진달래, 음력 9월 9일인 가을의 중양절에는 국화로 화전을 부쳤다.
중양절은 음력 9월 9일로 양(陽)이 겹친 날이라는 뜻에서 중양(重陽節)이다. 이날 국화를 먹는 이유는 가을이 국화의 계절이고 국화가 사군자의 하나여서 선비가 숭상하는 꽃이어서가 아니다. 국화에는 또 다른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옛 사람들은 중양절에 산수유를 품으면 액운을 막고, 국화를 먹으면 오래 산다고 믿었다. 산수유는 별명이 벽사옹(?邪翁), 국화는 연수객(延壽客)인데 벽사옹은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뜻이고 연수객은 수명을 늘린다는 의미다.
국화가 장수의 상징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4세기 진나라 때 문헌, 포박자(抱朴子)에 국화 먹고 오래 살았다는 전설이 실려 있다. 남양이라는 곳에 감곡수(甘谷水)라는 약수가 있었다. 가을이면 주변에 국화가 만발해 물 위로 꽃잎이 떨어졌다. 꽃잎이 떨어진 물맛이 국화차 마시는 것처럼 감미로워 사람들은 따로 우물을 파지 않고 꽃물을 그대로 마셨다. 덕분에 마을 사람 중에 오래 살지 않는 이가 없어 가장 나이 많은 노인은 150살까지 살았다.
국화가 몸에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본초강목에는 두통을 없애고 귀를 밝게 해준다고 했고 조선후기 산림경제에도 국화는 약재로 술을 담그면 좋다고 했다. 중양절은 다가올 겨울에 대비해 건강을 챙기며 장수를 기원했던 날이기에 국화로 술을 빚고 차를 마시며 화전을 부쳤던 것이다. 오늘이 중양절이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