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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10월 한양 선비의 회식음식, 연포탕



연포탕은 산 낙지를 맑은 장국에 채소와 함께 넣어 익혀 먹는다. 양념을 하지 않아 낙지의 담백한 맛과 살짝 데친 낙지의 쫄깃쫄깃한 식감, 낙지국물이 우러난 시원한 육수가 일품이다.

요즘은 연포탕하면 으레 낙지를 넣어 끓인 낙지탕을 떠올리지만 원래는 낙지와 아무 관련 없는 음식이었다. 맑은 장국에 두부와 무, 소고기, 북어, 다시다 등을 넣고 끓인 두부장국이기 때문이다.

연포탕은 연포(軟泡)로 끓인 국(湯)으로 옛날에는 두부를 포(泡)라고 했다. 정조 때의 실학자 정약용이 어원사전인 아언각비(雅言覺非)에 연포의 어원을 설명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두부를 한글이라고 생각해 따로 한자로 포(泡)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연포는 부드러운 두부라는 뜻이고 연포탕은 그 두부로 끓인 국이다.

조선의 연포탕은 가늘게 자른 두부를 꼬챙이에 꿰어 번철에 지진 후 여기에 닭고기 국물을 부어 끓인다. 어찌 보면 지금의 어묵탕과 비슷한데 조선시대 실학서인 산림경제에는 여기에 굴을 넣고 또 다진 생강을 국물에 타서 먹으며 맛이 보드랍고 월등하게 좋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낙지를 넣기 시작했고, 낙지 연포탕이 유명해지면서 연포탕하면 두부장국 대신 으레 낙지 연포탕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연포탕은 날씨가 쌀쌀해지면 한양 선비의 별미로 인기를 끌었던 음식이다. 최남선은 조선상식에서 계절의 별미로 전골, 만두, 쑥국, 연포탕을 꼽았는데 우리나라 풍속을 적은 동국세시기에도 음력 10월 음식으로 연포탕을 꼽았다.

한양 선비들은 10월이면 먹자계를 조직해 회식을 즐겼는데 요즘 직장인들이 퇴근 후 고기에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것처럼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난로회(暖爐會), 포장마차에서 어묵탕에 막걸리 한 잔 마시는 것과 같이 꼬치에 꽂은 두부를 닭고기 국물에 끓여 먹는 연포회(軟泡會)도 인기였다. 며칠만 지나면 벌써 10월이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 됐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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