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국내업체 내년도 암울" 전망…노조 파업 이어지면 벼랑 끝 몰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수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의 시가총액이 올해에만 15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더욱이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내년에도 국내 조선사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저가 수주에 손을 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23일 한국거래소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주 4개 종목의 주가가 연초 이후 평균 35.9% 떨어졌다고 밝혔다. 낙폭이 가장 큰 종목은 현대중공업이다. 연초 25만3500원이었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전날 14만1000원으로 44.4% 추락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36.2%·전날 종가 2만2250원), 삼성중공업(-33.5%·2만5300원), 현대미포조선(-29.5%·12만5500원)의 순이었다. 연초 이들 4개 종목의 시총 합은 38조2903억원이었지만, 23조3255억원으로 감소해 약 14조9650억원이 증발했다.
이런 가운데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조선사의 수주 감소 문제를 거론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초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중국과 일본 등 전 세계 수주 잔량은 꾸준히 회복된 반면 한국만 유독 뚜렷한 등락 없이 정체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8월만 비교해도 중국의 수주 잔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일본은 17% 늘었지만 한국의 수주 잔량은 큰 변화가 없다. 수주 잔량은 수주량에서 인도량을 뺀 값으로, 수주 잔량이 높을수록 향후 매출로 이어지는 일감이 많다는 뜻이다.
모건스탠리는 일본과 중국 조선사는 매출로 인식되는 인도량을 줄여 수주 잔량을 조절했지만, 국내 조선사는 분기마다 꾸준히 매출액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 수주가 활발하면 수주 잔량 문제는 해결되지만 국내 조선사의 경우 올해 신규 수주 금액은 약 209억달러(한화 약 21조8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9%), 일본(-29%), 전 세계(-19%)의 신규 수주 감소율을 크게 웃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상반기에도 국내 조선사의 수주 둔화가 계속되면 한국 조선업체가 선박가격을 인하해 저가 수주에 나서려는 유인이 생긴다"며 "이는 조선업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모건스탠리의 전망은 수주 잔량에 따른 분석만으로 이야기 한 것"이라며 "상선이나 해양 플랜드의 수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은 맞지만 바닥을 찍었다고 본다.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모건스탠리는 국내 조선업체가 저가 수주에 발을 뻗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기술력을 간과한 것"이라며 "상선 한 척을 건조하는 데 중국이 10의 비용이 필요하다면 국내 상위 업체는 8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가 지적한 것처럼 국내 조선업계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23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노조가 일정대로 파업에 돌입하면 올해 2분기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리게 될 것이 뻔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체들이 질적인 측면에서도 한국 조선업을 위협할 만큼 커졌고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도 조선소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은 한국 조선산업의 전체 경쟁력을 뒤흔들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새롭게 지명된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모든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회사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나눠줬다. 현재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