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의 관리·감독 소홀과 약품 제조사들의 무관심, 수입에만 혈안이 된 대다수 약국과 병원들의 비양심적인 행위가 합쳐져 영·유아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서울지역 10곳 중 7곳에서 2세미만 영유아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감기약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당 약국 중 81%에 달하는 57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의약품 제조 기준마저 어기고 2세미만 영·유아에게 의사 진료를 권유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비도덕적 행위는 의료기관인 병원에서 더욱 심각해 조사대상 84% 병원에서 해당 성분이 함유된 약품을 처방해 수입 증가에만 판매에 혈안이 된 것이 아니냐며 도덕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3일, 서울에 소재한 100개 약국을 대상으로 만 2세 미만 영유아에 대한 감기약 판매실태를 조사한 결과, 70개 약국(70%)에서 안전성이 우려되는 28개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을 판매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감기약은 안전성 문제로 만 2세 미만 영유아의 복용 용도로는 약국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2세미만 영유아에게 판매가 금지된 성분은 ▲디엘염산메칠에페드린·염산슈도에페드린·염산에페드린·염산페닐에프린 등이 포함된 '비충혈제거제' ▲구아야콜설폰산칼륨·구아이페네신·레토스테인·소브레롤·아세틸시스테인·에스카르복시메칠시스테인·엘카르보시스테인·염산암브록솔·염화암모늄 등의 성분이 들어간 '거담·점액용해제' ▲말레인산덱스클로르페니라민·말레인산클로르페니라민·옥소메마진 등이 들어간 '항히스타민제' ▲구연산옥솔라민·구연산카르베타펜탄·구연산티페피딘·노스카핀·디프로필린·브롬화수소산덱스트로메토르판·염산노스카핀·염산클로페라스틴·염산트리메토퀴놀·염산프로카테롤·페드리레이트·히드록시벤조일안식향산프레녹스디아진 등이 들어간 '기침억제제' 등이다.
이들 성분들은 1969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에서 OTC(비처방의약품) 감기약을 복용한 2세 미만 영유아에게 사망·경련·높은 심박수·의식 저하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자 미국 FDA가 2세 미만 영유아에게 OTC감기약의 사용 금지 권고를 내렸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08년 '의약품등 표준제조기준'상의 감기약 기준 개정을 통해 염산슈도에페드린 등 안전성이 우려되는 이들 28개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의 2세 미만 용법·용량 표시를 삭제하고, '감기에 걸린 만 2세 미만 영유아는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하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들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을 복용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었다.
이번 소비자원의 조사로 국민 보건을 책임진 식약처가 문서만 발송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하게 한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약품 제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약국에서 만 2세 미만 영유아의 복용 용도로 판매된 문제 성분의 감기약 26개 중 6개 제품에는 "2세 미만 영유아에게 투여하지 말 것"이라고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어 약국에서 잘못 판매했더라도 보호자의 확인과 사후 조치가 가능했다.
하지만 나머지 20개 제품에는 "2세 미만의 영유아는 의사의 진료를 받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 약을 복용시키지 않도록 한다"라고 표시되어 있어 자녀에게 복용시켜도 무방한 것으로 보호자가 오인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소비자원 측은 지적했다.
또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에서는 만 6세 미만 소아까지 OTC(일반의약품) 감기약의 복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2세 이상 만 6세 이하의 소아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조사대상 50개 중 42개 병원(84%)에서 만 2세 이상 만 6세 이하 소아에게 문제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을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원은 "우리나라도 외국 사례와 같이 문제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의 판매금지 연령을 만 6세 이하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관련 부처에 약국의 영유아 감기약 판매 제한과 복약 지도 강화·병원의 영유아 감기약 처방 관리·감독 강화, 어린이 감기약 주의 문구 표시 개선, 어린이 감기약 판매 금지 연령의 상향 조정 검토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