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버스 6명 수색작업 난항…"지자체·당국 수수방관" 인재
24~25일 남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5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시간당 100㎜ 안팎의 집중 호우가 내린 부산·창원 등 경남은 지하철과 열차, 도로가 통제되는 등 공공시설과 재산 피해도 속출했고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6일 비가 그치면서 침수로 통제된 철도와 도로 등은 속속 정상화되고 있다.
◆ 창원 버스 휩쓸려 1명 사망 6명 실종
2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지산교 인근 덕곡천에서 시내버스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다가 교각에 걸렸다. 이 사고로 안모(19)양이 버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운전사 정모(55)씨와 이모(61)씨 등 6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과 방범순찰대, 해경, 소방 등 300여 명은 25일 밤샘 수색에 이어 26일에도 사고 현장인 덕곡천을 비롯해 진동항과 광암항 일대 해안가와 바다를 정밀 수색하고 있지만 실종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정확한 탑승자와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버스를 인양하기 전에 수중에서 거둬들인 블랙박스를 분석해야 하지만 블랙박스 내부회로가 물에 손상돼 작업에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사고 버스가 집중호우로 정상 노선 교통이 통제되자 농로를 우회해 운행하려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서광아파트 앞 배수로에서 50대 남성이 배수로의 빠른 물살 속으로 빨려 들어가 행방 불명됐다.
부산에서는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승용차 1대가 불어난 물에 빠졌다. 차량 안에서 나모(57·여)씨와 임모(15)양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또 북구 덕천동의 한 아파트 인근 경사로를 걷던 남모(60·여)씨가 좁은 골목길을 타고 내려오던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 발견됐다.
기장면에서는 승용차 1대가 인근 하천에서 범람한 물에 휩쓸려 차량에 타고 있던 여성 3명 가운데 2명은 가까스로 빠져나왔으나 운전석 옆자리에 있던 홍모(53)씨는 숨졌다. 동래구에서도 주민 1명이 추가로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 북구 구포3동 태륜빌라 뒤편에서 난 산사태로 빌라 주민 15명이 인근 포천초등학교로 대피했다. 기장군 장안읍 길천마을에서도 주택 50여 가구가 침수해 165명이 인근 월드컵빌리지와 경로당에 대피하는 등 68가구 200여 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울주군 서생면에서는 주택 99가구가 침수해 약 270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명산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 철도·도로 대부분 정상화
침수로 멈춰 섰던 부산도시철도 1·2·4호선 열차 운행은 26일 오전 첫차부터 정상 운행됐다. 선로 밑 자갈과 모래 유실 때문에 중단됐던 동해남부선 열차 운행도 밤새 복구작업을 거쳐 이날 오전 9시 13분부터 재개됐다.
폭우로 통제됐던 부산시내 도로는 모두 40곳에 달했는데 26일 대부분 풀렸다. 하지만 침수되거나 파손된 곳이 많아 느림보 운행을 했다. 경남 창원시내 도로와 김해시 대동면 도로, 고성군 고성읍 도시계획도로 등 5, 6개 도로도 복구가 완료됐다.
◆ 지자체·당국 수수방관 '인재'
이번 사태로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당국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부산기상청은 25일 오후 1시께 부산을 포함한 양산, 진주시에 호우경보를 발효하며 예상강수량을 30~80㎜로 예보했다. 하지만 이후 2시간가량 시간당 최대 130㎜, 역대 두 번째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등 예보는 크게 엇나갔다.
소방방재청은 통신사를 통해 호우경보 발령 소식과 함께 상습침수지역 대피, 위험지역 통제 등의 내용을 담은 긴급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하지만 지자체는 주민들의 신고에도 수수방관하는 등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상습침수지역에 대한 대피도 미흡했다. 차량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외할머니와 손녀가 안타깝게 숨진 부산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는 비만 오면 물이 들어차는 위험지역이었다. 하지만 제때 차량통제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