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준비됐는데 사고 싶어도 못사는 와인이 몇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위치한 명품 컬트와인(Cult Wine)이다.
최근 국내 와인 수입업체가 추석을 겨냥해 380만원짜리 와인을 선보였다.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이라는 브랜드이자 회사명으로 대표적인 컬트와인이다.
컬트와인은 소규모의 농원에서 만들어 내는 소량의 와인이지만 품질이 워낙 뛰어난 고급 와인을 말한다. '부띠끄(Boutique) 와인'이라고도 한다. 1990년대 초에 알려지기 시작해 컬트와인이란 공식 명칭을 얻었다. 오래 전부터 이어온 가족단위의 포도원 중 좋다고 소문난 와인을 '거라지(garage) 와인'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시장에 명품으로 알려지면서 얻은 별칭이었다가 현재는 보통명사가 됐다.
컬트와인은 프랑스의 보르도 스타일을 따른다. 따라서 주로 사용되는 포도 역시 카베르네 소비뇽이며 여기에 메를로나 카베르네 프랑 등을 블렌딩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컬트와인은 스트리밍 이글을 비롯해 할란 이스테이트, 콜긴, 아라우호, 헌드러드 에이커 등을 꼽는다. 이들은 이탈리아의 장인들이 만들어 내는 가죽과도 비유된다. 수작업을 근간으로 한 엄격한 포도재배 및 양조, 품질 및 유통관리 등 1년 내내 장인의 손길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1990년대 초 이들이 와인을 시장에 내 놓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불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했다. 평점 100점 만점을 여러 컬트와인에 부여했던 것.
로버트 파커는 어떤 와인이든 그가 95점 이상을 주면 과거 판매가가 1만원 짜리 저가였어도 순식간에 5만원 이상의 중고가 와인으로 탈바꿈할 만큼 와인 품질 평가 부문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그는 매년 전세계 와이너리를 돌아다니며 품질을 평가해 100대 와인을 선정한다. 미국의 컬트와인은 매년 최고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량이 워낙 적어 시장에서는 거의 구할 수 없다. 생산량은 수백상자(상자당 12병)에 불과한데 구매 희망자가 수십 배 많다 보니 값은 천정부지다. 때문에 가격 대비 품질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어쩌다 소더비 등 경매시장에 나오는 컬트와인은 최하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요즘은 컬트와인의 범주가 넓어지고 있다. 미국을 벗어나 스웨덴이나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컬트와인이라는 명칭을 쓴다. 이름 붙여진 컬트와인이 많아지다 보니 가격도 조금씩 착해지고 있다. 다만 개인 구매자들은 살 때 신중해야 한다. 컬트와인이라는 명칭 자체에 열광하기보다는 와인의 브랜드와 와이너리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