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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제약/의료/건강

해외 직구, 의약품 오 · 남용 심각

저렴하고 쉽게 구입 매력 갈수록 급증…복약 지도 無



# 김모씨(33)는 최근 가격이 저렴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해외 직구를 통해 발기부전 치료제를 샀다. 하지만 가슴 두근거림과 두통이 심해져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했다. 구입한 발기부전 치료제가 불법 의약품이었고 의사나 약사의 복약 지도 없이 무분별하게 약물을 남용했기 때문이다.

해외에 직접 나갈 필요 없이 편리하게 해외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해외 직접구매(직구) 쇼핑이 최근 위와 같은 사례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해외 직구로 국내 반입이 금지된 의약품이 유입되기도 하고 제대로 된 복약 지도가 불가능해 의약품 오남용의 우려가 크다. 또 유통 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되거나 소비자가 부작용을 알 수 없다는 점 역시 문제가 된다. 더욱이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외직구 시장의 확대를 염려해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 직구로 유통되는 불법 의약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전문 의약품까지 무분별 유통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세관을 통해 수입된 인터넷 쇼핑 물품은 4억8000만 달러 규모다.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성장한 수치로 해외 직구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해외 직구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일부 품목, 즉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한 의약품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실제로 해외 직구나 구매 대행 사이트를 통해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은 물론 해외 전문의약품들도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큰 제한 없이 소비자들이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해당 사이트들은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와도 연계돼 소비자가 접근하기 쉽다.

아울러 해외에서는 합법이지만 국내에서는 취급이 제한되는 불법 마약류의 구입·유통도 해외 직구로 가능해졌다.

지난 3월 서울에 거주하는 한 직장인은 환각 성분이 있는 의약품을 해외 직구로 구매했다가 이 제품이 국내에 수입이 금지된 마약류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얼마 전에는 극심한 환각을 일으키는 신종 마약 '러시'를 해외 직구로 구매한 일당이 붙잡이기도 했다.

◆부작용·피해는 소비자에게

의약품은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고 부작용 피해를 막기 위해 제조·수입·유통·사용의 모든 단계에 걸쳐 국가가 엄격하게 관리한다. 하지만 해외 직구 의약품은 국가의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어 부작용과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식약처의 웹진 '열린마루'에 따르면 최근 여대생 A씨는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인터넷을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 유통되는 낙태약을 구입해 복용했다. A양은 낙태에는 성공했지만 하혈과 복통에 시달리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식약처는 낙태약 복용 및 처방을 약사법과 형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다. 즉 법적으로 국내에 있어서는 안 될 낙태약이 해외 직구를 통해 국내에 유통된 상황으로 해외 직구 부작용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의약품은 의사나 약사의 복약 지도가 필요하며 특히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해외 직구는 이런 복약 지도가 아예 생략돼 있다. 이런 이유로 스테로이드제제나 탈모·발기부전 치료제가 남용되고 있으며 소화제나 제산제 역시 싸다는 이유로 해외 직구 구매가 늘고 있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 구매율이 높다는 식욕억제제 등의 다이어트 의약품과 항우울제, 수면제는 말할 것도 없다.

약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의약품은 제대로 된 복약 지도에 따라 안전하게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 직구 의약품은 본래 용법과 복용 시 주의사항 등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 경로에서 의약품이 변질되거나 유통기한 또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의 인터넷 판매는 엄연히 불법인 만큼 해외 직구에 대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우려의 말을 전했다.

◆의약품 해외 직구 허용 불가…관련 방안은 미비

해외 직구 의약품 유통과 관련해 식약처는 의약품 해외 직접 구매를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 정부의 대안이나 정책 부재로 관련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일단 해외직구는 관련 판례에 따라 수입대행형 거래로 분류돼 국내에서 약사법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식약처도 아직까지 소비자 당부를 강조하는 정도에 머물 뿐이다.

물론 식약처가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연계되는 의약품 판매에 적극 대처하고 인터넷 의약품 판매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차단 요청을 하고 있지만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인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더욱이 관세청이 해외 직구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감안해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불필요한 절차와 각종 규제를 개선한 점 역시 식약처가 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 판매는 약국 개설자와 약국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의약품 판매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약품 판매 행위 차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인터폴과의 연계하는 방안과 국내 해외직구 의약품 규제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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