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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너도 K냐, 나도 K다



율곡 이이 선생이 네 살 때 집으로 우락부락하게 생긴 도사가 탁발을 왔다. 하인은 아침부터 재수 없다며 소 똥 한 바가지를 도사에게 퍼부었고, 신사임당은 하인의 행동을 사과하며 쌀을 건넸다. 도사는 돌아서던 발길을 멈추고 '총명한 아이에게 호환이 씌었으니 나쁜 일을 피하려면 밤나무를 천 그루 심으라'고 말했다.

6년 후 도사로 변신했던 호랑이는 율곡 이이를 데려가겠노라며 나타났다. 신사임당은 천 그루의 밤나무를 심었으니 살려달라고 했다. 둘은 산에 올라가 나무를 셌는데 두 그루가 모자랐다. 그때 옆에 서있던 나무가 '나도 밤나무입니다'라고 말한 후에 옆의 나무를 향하며 '야, 너도 밤나무잖아'라고 했다. 덕분에 율곡은 호환을 피했고, 두 그루의 나무는 그 이후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가 됐다.

사실 너도밤나무와 나도밤나무는 사뭇 다르다. 너도밤나무는 우리나라 어느 곳에도 없고 오직 울릉도 성인봉의 높은 곳에만 자라는 특별한 나무다. 비록 서생지가 비좁지만 세계적으로는 널리 자라고 쓰임새가 많은 유용한 나무다. 작은 도토리를 맺지만 잎이나 열매의 특징으로 보아 밤나무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이 나무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너도 밤나무냐?'고 묻고도 남을 정도다. 반면 나도밤나무는 콩알만 한 새빨간 열매가 열리는 것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라는 것도 다르다. 언뜻 보면 생김새가 밤나무가 닮기는 했으나 전혀 다른 나무라 할 수 있다.

앞의 전설은 바로 나도밤나무의 전설이다. 이런 이름은 대개 학자들에 의해 붙여지는데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처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너도밤나무든 나도밤나무든 밤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호박에 녹색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 아니다.

최근 한류 사업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K팝, K드라마를 앞세워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K를 붙여 팔아 왔다. 일본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소비자가 한국보다 경제력이 낮은 국가의 국민이다. 그렇다 보니 더 싸게, 더 많이 팔기 위해서 K를 붙이는 것 외에 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준에는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이제 한류를 경험했던 외국인들의 반응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 기업이나 사업가가 주장하는 것에 대해 '너도 K냐'고 되묻는다. 심지어 '나도 K다'라며 사업을 펼친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씨를 뿌린 자 누구냐, 쓴 열매를 거두는 자 누구일까.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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