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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우리가 그렇다



대학교수 A씨는 오래 전 임파선암을 앓았다. 다행히 조기 발견됐고, 적지 않은 시간과 수술을 거쳐야 했지만 이겨내 완치 판정을 받았다. 완치 판정은 병의 종류에 따라 관찰 기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략 치료 후 5-7년을 전후로 확정된다. 안타까운 점은 완치 판정을 받아도 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소위 '리스트'에 올라 있어 보험사들로부터 거절되거나 특별 심사(대부분 거절되지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렇다. 생명의 위협을 경험했기에 누구보다 대비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고 격리시키는데 익숙하다.

직장인 B씨는 연말 소득공제 혜택을 한 푼이라도 더 받아볼까 싶어 체크카드 사용을 늘렸다. 경기가 안 좋으니 가진 돈 안에서 지출을 하는 게 꽤나 현명한 일이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하지만 신용등급의 하락을 경험했다. 신용등급 평가 기관에서는 B씨가 신용카드로 외상거래를 하고 이를 상환하는 일을 잘 해왔기 때문에 가산점을 받았는데 체크카드 사용으로 이 가산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그렇다. 필요한 게 있으면 지금 당장 참여하도록 유도해 놓고, 그 일이 가져올 후유증은 나 몰라라 하는데 선수다.

경영자 C씨는 회사 주차장에 차를 둔 채 직원들과 회식을 했다. 밤 10시쯤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는데 주차장 입구를 가로막은 차량에 출차를 못 했다. 불법주차 차량에는 연락처가 없었다. C씨는 목이 터져라 차량 번호를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경찰을 불러 차적 조회를 했지만 신고된 번호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찰은 불법주차이니 사진을 찍어 신고를 하고, 구청에 연락해서 견인 조치하라고 알려줬다. C씨는 견인차를 쓸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점과 밤에 구청에서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지만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우리가 그렇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주장이 가능해지고 나서는 문제 해결의 여부에 관심이 없다.

우리가 그렇다. 나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거나 이익을 가질 수 있는 일에는 목숨을 건다. 그것이 불법이든 편법이든 상관없다. 당장 눈에 띄거나 문제로 나타나지 않으면 된다. 남의 이익이나 권리에 내 소유의 어떤 것(시간, 돈, 마음 등)이 쓰이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내가 피해나 손해를 입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개인주의 대신 슬픈 이기주의를 택하는 사회, 그 안에서 우리가 그렇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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