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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나에 대한 책임



독일은 월드컵을 가져갔고, 한국은 축구 문화를 난도질했다. 대표팀을 맡았던 홍명보 감독은 축구협회의 유임 결정에도 불구하고 자진사퇴를 거두지 않았다. 그의 부동산 매입을 두고 '상대팀 분석할 시간에 투기했다'라는 식의 여론이 형성됐다. 16강 탈락 후 선수단의 회식은 '천하에 몹쓸 베짱이 놀이'로 손가락질 받았다. 최근 20년 가까이 축구를 지켜보며 그에 대한 존경을 서슴지 않았던 사람들의 마음은 티끌에 불과했다. '책임'이라는 칼날로 그를 내리쳐서 무엇을 얻었나. 책임을 묻지 않고, 책임이란 이름으로 감정적 분노의 덫을 씌운 것이니 빈손도 아닌 자해의 상처뿐이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다. 그를 마땅치 않게 여겼던 사람들이 화살을 날린 곳은 그의 사생활이었다. 부인이 아닌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에 대해 '행실'이란 족쇄를 씌웠다. 이 행실이라는 게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 억지춘향이다. 우리는 어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유명인의 삶도 책임지지 않는다. 공인이란 비닐을 씌우고 숨통을 조이는 일만 한다. 마치 그것이 사명이고, 정의인 것처럼 몰입한다. 그렇게 하나의 화제를 화재로 만들어 버리고는 또 다른 화제를 찾는다. 화제의 결론 따위는 관심 없다. 후폭풍? 미필적 고의? 안중에도 없다.

일본의 고무라 마사히코 자민당 부총재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더 이상 신사 참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5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인 장더장에게 전달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식을 접한 아베는 '고무라의 사적 견해'라며 즉각적인 부정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과의 국제정치적 관계는 물론 최근 기류가 심상찮은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발언이었다. 그는 무엇을 얻으려 주저 없이 고무라의 발언에 반박을 했을까. 중요한 건 고무라를 향한 비난이 없었다는 점이다.

나라 안에서 자연재해,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나라님을 탓한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그랬다. 선거에 져도,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도, 말단 공무원이 잘못을 해도 우두머리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 책임이란 건 사직, 사퇴 등 자리를 내놓는 것뿐이다. 그 순간 돌을 던지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할 일을 다한 입장이 된다. 던지는 사람은 또 다른 대상을 찾고, 맞은 사람은 또 다른 자리를 찾는다. 그렇게 반복할 뿐 어떤 분야에서도 문제의 근원은 도려내지지 않는다. 근거 없이 비난하기 좋은 무기인 책임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높은 학력, 지적 능력을 가졌다. 이를 드러내는 사상, 기준, 방식의 수준도 가장 높았으면 싶다. 나에 대한 책임부터 다시 시작하자.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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