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스포츠 경기 응원하기를 주저한다.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국가대항전은 물론이고, 골프대회 같은 개인경기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이 응원하면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새벽잠을 쫓으며 응원하면 참패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자고 나면 드라마틱한 승리를 마주한다는 게 소위 '머피의 법칙' 수호자(?)들의 경험담이다. 어제 알제리와의 경기 때는 제법 많은 수호자들이 응원을 한 모양이다.
영화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서 가필은 하나밖에 없는 딸을 폭행한 고등학생 권투선수를 응징하기 위해 승석에게 싸움을 배우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선천적으로 싸움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의 핵심은 두려움이었다. 승석은 '공포는 기쁨이나 슬픔이나 똑같아서 그냥 감각일 뿐이야…공포 뒤에 뭐가 있는 지 알아? 아무 것도 없어'라며 가필을 다그친다. 나약한 감각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친다.
홍명보 감독은 어제 알제리전의 패배가 전술 선택의 문제였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문제가 아니라 알제리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적절한 대응을 구사하지 못한 탓이라고 단언했다. 선수들을 격려하고 보호하는 그의 성정다운 발언이다. 하지만 알제리 선수들의 거친 공격과 압박이 계속되는 동안 우리 선수들에게 깃들었던 당혹감은 공포감으로 바뀐 듯 했다. 얼굴, 몸, 발이 차례로 굳어졌다.
어떤 이는 용기에 대해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한 바를 포기하지 않고 이루는 것'이라고 한다. 필자는 이런 태도를 집착이라 부르고, '꼭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나갈 때,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인정하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용기라 생각한다. 두려움 위에서 용기는 피어나고, 잘 지는 고통의 시간 다음에 이기는 기쁨의 시간이 있는 법이다. 그러니 두려움도 응원하자.
태극전사의 두려움은 우리의 두려움이고, 우리의 용기는 태극전사의 용기다. 순서가 없으며, 앞뒤가 없는 이 마음을 믿어야겠다. 결과는 결과일 뿐이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