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남자'에서 모성애 연기 펼친 김민희
눈물 연기에 두 눈 퉁퉁 부어
믿어준 이정범 감독에 감사
깊은 감정 연기에 매력 느껴
배우 김민희(32)는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관객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매 번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펼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어느 새 '믿고 보는 여배우'가 된 그는 최근 개봉한 '우는 남자'에서 또 한번 관객의 예상을 깼다.
■ 눈물 열연 = 김민희는 '우는 남자'에서 남편과 딸을 잃은 모경 역할을 맡아 극한 절망의 감정을 연기했다.
영화는 킬러 곤(장동건)이 조직의 마지막 명령으로 목표물 모경을 만나고 임무와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직 미혼인 김민희는 깊은 감정 연기로 아이를 잃은 엄마의 심정을 절절하게 표현했고, 데뷔 이래 가장 많이 울었을 정도로 눈물 열연을 펼쳤다.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울었던 것 같아요. 촬영장에서 항상 눈이 퉁퉁 부어있었죠. 당시 계절이 겨울이어서 부은 눈을 가라앉히기 위해 일부러 밖으로 나가 추운 공기를 쐬고 들어오곤 했어요. 그러나 저보다 장동건 씨가 더 힘들었을 거에요."
■ 이정범 감독 = 엄마 역이 어울릴 지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우려에도 이정범 감독이 자신을 믿고 선택했다며 고마워했다.
"제가 엄마 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품었던 의심들이 있잖아요. 그러나 감독님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해줬고, 모든 촬영이 끝났을 때 저와 함께 한 것을 기뻐해줬어요."
그는 이 감독에 대해 "마초처럼 보이지만 감성적이다. 내가 오열하는 연기를 지켜보면서 따라 울었다. 직접 표현하지 않지만 마음으로 배우를 매우 아낀다는 느낌을 갖게 해줬다"면서 "다음에 차기작 출연을 제안한다면 함께 하고 싶다. '우는 아저씨'라도 오케이"라고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 연기력 발전 = 김민희는 연기력이 나날이 늘고 있다는 주위의 칭찬이 기쁘다.
시작은 2006년 방영된 드라마 '굿바이 솔로'였다. 이 작품에서 노희경 작가에게 "흠 잡을 곳이 없다"는 극찬을 받은 그는 '뜨거운 것이 좋아' '화차', 그리고 지난해 개봉된 '연애의 온도'에서까지 뛰어난 연기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우는 남자'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장동건은 "알에서 깬 여배우"라고 칭찬했다. 사실 연기를 놓고 따져 보면 알에서 깬 지는 오래 됐지만 김민희는 "장동건 선배님의 칭찬에 감사하다. 조금씩 변화를 주며 발전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 배역 선택 = '화차'의 미스터리한 여인이나 이번 영화의 모경 등 주로 쉽지 않은 배역을 선택해왔다.
"깊은 감정 연기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에요. '연애의 온도'도 일상을 다뤘지만 감정은 결코 얕지 않았죠. 깊은 감정을 끄집어내는 건 힘들지만 현장에 가서 연기하다 보면 그런 생각을 금세 잊어버려요. "
'우는 남자'에 끌린 이유도 분명했다. 극중 누구와도 교감하지 않는 연기가 어려울 것 같았지만 그래서 더욱 끌렸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곤과 모경이 만나는 건 단 한 장면뿐이다. 김민희는 "단 한 장면이었지만 좋았다. 그 한 장면이 곤과 모경이 함께 있는 모습을 더욱 궁금하게 했다"고 말했다.
■ 연기 비결 = 김민희가 또래 미녀 여배우들에 비해 빨리 연기력에서 두각을 나타낸 비결은 감정 몰입 덕이다.
"전 삶의 경험은 많지 않아요. 대체로 순탄하게 살아왔죠. 그러나 책 등 간접 경험을 통해서도 누군가의 감정을 느낄 수는 있어요. 전 감정에 잘 몰입하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할 때는 제 삶을 분리해 배역의 감정만 신경 쓰죠."
힘들게 촬영한 한 편의 영화를 마치면 어떤 감정이 들까. "배역의 감정에 쉽게 빠져 드는 한편 또 쉽게 빠져나오는 편이에요. 나중에 떠올릴 때 가장 생각나는 건 계절감이죠. '화차'를 찍을 때는 더웠고, '우는 남자'를 찍을 때는 너무 추웠답니다."
사진/딜라이트 제공·디자인/최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