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21세기를 대표하는 단어다. 패션·건축·전자와 같은 CMF(Color·Material·Finishing)를 다루는 것에서 인터넷·모바일·도시 등의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UI(User Interface, 사용자 편의)까지 활용 영역은 전방위화 됐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철저하게 계획되고 의도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시장에 뿌려질 수밖에 없다. 디자인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 됐다.
CD(Creative Director)는 AS(Art Supervisor)와 CS(Copy Supervisor)를 관장하는 책임자다. 직무 내용에서 나타나듯 광고대행사의 광고제작 최고책임자다. 디자인 시대가 되면서 패션, 자동차를 포함한 여러 산업에서 CD는 각광 받았다. 또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관련 인력이 급증했고 CCO(Chief Creative Officer)란 직무도 생겨났다. 디자인 관련 전공자들에게 CD는 목표이자, 궁극적 가치의 표상으로 우뚝 섰다.
한국에서 CD 열풍이 불어 닥친 것은 대략 5년 남짓이다. 디자인 유학을 마친 젊은 피(DNA 자체가 이전 세대와는 달라 보이는 청년층)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이었다. 이들은 산업 곳곳에 포진하면서 CD를 하나의 지향점으로 설정했다. 덕분에 그 동안 창의적 업무의 수장으로 대표됐던 '디자인실장'은 고리타분한 직무수행자로 전락됐다.
문제는 CD가 디자인 혹은 창의성 그 자체에 무게 중심이 잡힌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자리의 근원지는 제품부문이고 마케팅·판매촉진·미디어리서치·회계 등과의 조율을 진행해서 기업의 기술 운영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즉, 기업의 생산과 판매를 최적화시키는 직무로서 디자인이란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적임자라는 얘기다.
파리를 대표하는 패션기업 겐조는 오프닝 세레머니의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온을 CD로 영입했다. 순식간에 잊혀가는 브랜드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패션으로 되살아났다. CD는 이제 '커머셜 디렉터(Commercial Director)'로 변신해야 할 때다. 디자인에 고정시켰던 핀을 과감하게 뽑자.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