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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깊은 슬픔에는 눈물도 마른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국민 분노의 초점은 몇 가지로 나뉘었다.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의 무사에 대한 수위가 가장 높다. 여객선과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았던, 관심 밖이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 비난의 말을 잃게 할 지경이다. 노후화된 배, 과적된 화물, 형식적인 안전 점검 등 운항 관계자들의 직무유기와 위법에 가까운 나태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어 비난이나 질책, 추궁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

사고 직후 오늘까지 드러난 위기관리능력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1993년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발생했던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때 당국은 72시간이 지난 뒤에도 사고 원인은 물론 승객 수조차 파악하지 못했었다. 그 당시 292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 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초동 대응의 부실이 지적됐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묻는다. 왜 모든 사고는 합동대책, 합동수사일까. 백지장을 맞드는 건 좋으나, 실상은 하염없이 시간을 소모하는 의사 결정의 지연뿐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사고 보도에 대한 언론 평가도 좋지 않다. 참담한 사고라는데 이견은 없으나, 그 사고가 얼마나 참담한지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고에 대한 대응에 도움이 될 보도 형식이나 내용이 중심이 되면 안 되겠냐는 의견이다. 사고가 후진국형 인재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강조해, 대한민국이 재해재난에 얼마나 형편없는 국가인지 확인해주는 것만이 언론의 역할은 아니라는 목소리다. 사회에 나타나는 사건, 사고에 대한 언론의 책임은 무엇인지 묻고 있다.

우리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하다. 세월호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의 심경을 진심으로 헤아리고 있는 것일까. 사회 전체가 모두 그들에게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알리고 확장시키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일까. 어쩌면 세월호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우리가 조용하게 기도를 해주길 바랄지도 모르겠다. 기도하고 있다고, 돕고 싶다고, 도와야 한다고 소리 내서 웅성거리지 않는 게 도와주는 길 아닐까. 깊은 슬픔에는 눈물도 마른다. 진정 아프면 말을 잃는다. 우리는 피해자의 가족보다 더 많이 울었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몇 문단의 글을 덧붙이는 게 죄스럽지만, 우리 이제 책임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타인의 아픔을 나의 선함을 드러내는 데 쓰지 말자.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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