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엉덩이나 허리 부근에 통증이 나타나면 허리 디스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허리 디스크와 비슷한 증상이 생긴다고 무조건 디스크로 오인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바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와 같은 질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벅지뼈 머리 부분이 썩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뼈는 충분한 영양과 산소가 공급돼야 건강하다. 이를 위해서는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데 이렇지 못한 경우 뼈세포가 서서히 죽게 된다. 이를 '무혈성 괴사'라 하고 대퇴골두(허벅지뼈의 머리 부분)의 혈액순환이 좋지 않아 썩는 경우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다.
고관절이 괴사하기 시작하면 보행 시 뼈가 부러지고 함몰되기 쉽다. 처음에는 양다리가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체중 부하의 영향을 받아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한 '짝다리'가 되는 것이다.
이 질환은 보통 30~50대 청·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과음과 스테로이드 남용, 외상에 의한 골절 등의 이유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음주는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여 혈액이 쉽게 응고되도록 만들며 미세혈관을 막아 괴사를 유발할 수 있다.
또 스테로이드제 복용의 경우 누적 용량이 많거나 복용 기간이 긴 것도 문제지만 복용 기간이 짧더라도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단기간 복용하면 괴사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괴사 심각하면 '고관절 치환술' 받아야
초기에 자각 증상이 없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X선 촬영(X-ray)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필요하다. 만약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이유 없이 가랑이와 엉덩이가 아픈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된면 이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무혈성 괴사가 시작됐으나 대퇴골두의 변형이 일어나지 않은 초기 단계에는 약물치료나 감압술 등을 이용한 관절 보존술을 시행할 수 있다. 괴사 범위가 광범위한 중기 이상의 단계에서는 천공술과 인공관절 수술을 통해 치료 가능하다. 특히 괴사가 심각한 경우에는 고관절 치환술을 시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송상호 웰튼병원 원장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예방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지만 음주나 외상, 스테로이드제 남용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만큼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는 이유를 제거해야 한다. 또 정기검사를 통해 꾸준히 고관절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