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수목극 '감격시대:투신의 탄생'(이하 '감격시대')에서 신정태로 거친 남성미를 드러낸 배우 김현중(27). '꽃보다 남자'(2009)와 '장난스런 키스'(2010) 속 아이돌 꽃미남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1930년대 신정태를 표현하기 위해 손톱을 길러 때가 낀 것처럼 분장하는 열정을 보인 그는 작품을 통해 김현중의 재발견이란 호평을 듣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까맣게 탄 피부에 투신의 날카로운 눈빛이 인상적이었고 여전히 TV 속 신정태를 보는 듯했다.
◆ '감격시대' 투신, 신정태
김현중은 연기력 호평에 대해 "마음이 들뜨다보면 대사톤이 뜰 수도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가라앉히고 더 깊이 생각 해야한다고 본다"며 신정태에만 몰두했음을 밝혔다.
작품에서 날 것의 싸움부터 무술, 검술까지 연마하며 싸움의 신으로 거듭난 그는 "무술감독이 특공·살인 무술을 전문으로 하는 분이다. 시청자 중에는 '한 대 맞고 죽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무술감독이 한 대를 때리더라도 죽을 수 있는 곳을 쳐야 한다고 해서 영춘권같은 무술도 알려주셨다"며 "처음엔 어려웠는데 액션에도 사랑·증오·복수가 담겨 있다고 해서 강약 조절을 하며 연기하다보니 감정이 많이 묻어날 수 있었다"고 액션연기를 한 소감을 전했다.
어린 신정태를 연기한 곽동연(17)은 김현중을 빼닮은 외모와 연기력으로 극 초반 몰입도를 높였다.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곽동연에게 초반에 중심을 잘 잡아줘서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5년이란 시간이 흐른 거라 어린 정태를 보고 연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쉬운 게 있다면 여동생 청아를 성인 신정태는 손으로 만진 적도 눈으로 본 적도 없어서 청아에 대한 감정을 잡는 점이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감격시대'는 종영 전 출연료 미지급 논란으로 내홍을 겪었다. 김현중은 "풍파가 많았지만 안정되고 차분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던 건 출연하는 배우들의 힘이 컸다"며 "선배 모두 자기 캐릭터를 지켜내기 위해서 24시간을 기다리는 등 시간과의 싸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많은 걸 배웠다"고 조심스럽게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인터뷰내내 신정태의 눈빛과 표정을 보이던 그는 "어제(4일)가 대본이 나오는 날이었는데 할 게 없어지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가야(임수향)에게 '뭐하냐고' 문자를 보내니까 '끝난 대본을 읽고 있다'고 답해 나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 모두 같은 심정인 것 같다"고 말해 여전히 역할에 빠져있음이 느껴졌다.
◆ 신정태 그리고 배우 겸 가수 김현중
'감격시대'는 초반 SBS '별에서 온 그대' 열풍에 주춤했다가 뒷심을 발휘에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현중도 "첫 방송 시청률이 6~7%로 나와서 안 떨어지길 바랐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식당에 가면 술 취한 아저씨들이 알아봐주고 격려해주는 걸 보면 남성팬이 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를 사랑하지 않으면 연기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을 처음 했고 역할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다보니 작품이 끝나도 눈이 미세하게 달라져 있다"며 '감격시대'와 신정태를 향한 애정을 내비치며 변화된 외모와 연기관에 대해 스스로 신기해했다.
김현중은 2005년 그룹 SS501의 리더로 데뷔한 가수 출신 연기자다. '감격시대' OST '오늘이 지나면'을 부른 그는 "극 초반에 곡을 받았지만 시청자가 신정태에 익숙할 때쯤 공개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선물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작품 마지막 회에 곡을 공개한 배경을 설명했다.
2010년 그룹 해체 후 배우 겸 솔로가수로서 국내외에서 활약 중인 그는 "국내에선 활동을 별로 안 한다. 열심히 준비해서 일주일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었지만 주변에서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해줬다"며 가수로서 국내 체감 인기가 낮게 느껴지는 것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다음 앨범은 팬과 대중,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쪽으로 갈 확률이 크다. 후크송은 내 자존심이 허락을 안 했는데 지금은 스스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나 싶어 고집보다는 대중에게 맞춰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출연 계획에 대해선 "생각은 하고 있는데 아직 시나리오 보는 눈이 없는 것 같다. 주연은 배워야 할 게 많다. 작은 것부터 하고 싶다"며 스크린 속 김현중의 모습도 기대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배우로서 발성과 발음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정작 그는 "배우로서 잘 울고 발성좋은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발성이 안 좋아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살아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며 역할 자체에 몰입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확고한 이미지없이 작품에 맞게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김현중은 '감격시대'를 통해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아닌 배우 김현중으로 성장해 있었고 그는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 등 아시아 투어를 통해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