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헌은 창덕궁과 종묘 사이에 위치한 갤러리 '2&i'의 건물 명칭이다. 색동을 우주의 상생과 소멸의 음양오행 이치를 가진, 한국인의 정서로 채워진 옷감으로 해석한 김옥현 교수의 사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다. 지난 5일부터 열흘 동안 개관전을 열었는데 오방색의 다채로운 활용이 돋보이는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은 현대적 시각에서 장인(Craftmanship)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이번 주에는 디자이너 양지나의 'Asian Fusion' 시리즈 두 번째 전시회가 예정됐다. 양지나는 조선시대 전복과 스란치마의 진화라는 주제로 한국적 이미지의 현대화를 시도했다. 전통적 디자인의 현대화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안이 기대된다. 양지나는 지난 2012년 괴불 모양과 조각보에서 보여지는 세모꼴 모티브를 이용한 프린트로 시대에 어울리는 전통의 소환을 보여준 바 있다.
주목할 것은 김옥현 교수와 양지나가 모녀라는 점이다. "본인은 색동의 줄무늬 색상과 문양을 현대화해 세계화하고자 한다"는 김옥현 교수와 "나는 한복의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감성과 어우러지는 실루엣을 패션디자인에 접목하기를 좋아한다"는 양지나는 닮았으나, 다른 듀엣이다. 갤러리 명칭이 '2&i'인 것 역시 여기서 비롯됐다. 전통과 현대, 엄마와 아기, 2명 작가의 협업이 함축된 것이다.
한국 디자인계는 브랜드계와 함께 2세 시대를 맞이했다. 전설이 된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 시기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컬렉션장에 나타나는 걸 비난하는 게 아니다. 부모의 소개로 협회나 단체에 자리를 꿰어차는 걸 만류하는 것도 아니다. 부모가 만들어온 디자인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통찰력을 갖길 권할 뿐이다. 부모들도 자녀에게 디자인 세계를 살아가는 기술 말고 깊이를 가르치면 어떨까.
옛말에 '호부 밑에 견자 없다'고 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믿고 훈련을 거듭하면 세대가 이어지는 철학과 창의성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쉽고 편안한 길은 없다. 그러길 원한다면 쉬운 인생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