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남북이 3년 4개월만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성사시켰다. 1차에 이어 2차 상봉도 북측 상봉 신청자 88명과 남측 가족 357명이 만나 25일까지 금강산에서 혈육의 정을 나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장성택 처형 이후 가뜩이나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에 첫 물꼬를 텄다.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이라는 중대 도전에 직면했던 박근혜 정부는 취임 1주년을 맞아 남북관계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북한의 반응도 적극적이다. 실제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북한측 단장인 리충복 조선적십자회 부위원장은 1차 상봉 후 조선신보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상봉으로 남북관계 개선에서 새로운 '활로'가 열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 이후다. 상봉 행사가 끝나면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상봉대가로 5ㆍ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금강간 관광 재개 등 현안문제를 협상카드로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도 식량과 비료지원은 물론 금강산 관광 재개가 핫이슈로 부각될 것이 분명한 만큼, 북한의 비핵화 등 정치적 사안은 우선 제처 두고라도 본격적인 대화 국면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남북 현안 문제를 좀더 유연하게 풀어 가야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4월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오바마 방한시 양국 정상회담 의제 중 남북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질서 재편에 관한 논의가 핵심이 될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조심스런 분석이다.
최근 남북을 오고간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그의 방북과 관련, 북한 외무성이 중국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류 부부장을 접견하고 "중국 측이 6자회담 재개 여건조성을 위해 북한에 대한 설득 노력을 한층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당사자간 물밑 협상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 언급한 '통일 대박론'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물론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도 안된다.
다음달 6일은 개구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남북관계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대화를 통해 화해 무드가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