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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 24일 (월)
정치>국회/정당

[피크 코리아 위기]⑤ 탄핵 블랙홀에 실종된 민생·경제 '리더십'…"혼란 지속될 것"

민생, 경제 외면한 대통령과 정치권
공직 사회는 가이드라인 없이 차기 권력 눈치만
저강도 혼란 계속될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각하를 촉구하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메트로신문]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경제 리더십 실종에 더해 정치권의 극한 대립으로 민간과 공직 사회의 동력까지 상실하자 "백약이 무효"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경제 행보는 심상치 않았다. 지난 2023년, 연구비 카르텔 척결을 내세우며 과학기술 R&D(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였던 1997년에도 R&D 지원 예산을 삭감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기술인과 야당의 비판이 빗발쳤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4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에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R&D 예산은 상당 부분 면밀한 타당성 검토 없이 감액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22대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한 국민의힘의 백서에선 "대전 지역의 경우 R&D 예산 삭감에 대한 반감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었다. '예산을 더 주겠다'란 메시지만으로는 지역 민심을 회복하기 어려우나 이런 부분이 간과됐다"며 "지역민들의 자존심을 회복할 대책과 메시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야심차게 2030 부산 세계 엑스포 유치를 준비했으나, 1차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119표, 부산 29표로 약 4배 더 많은 표를 가져가면서 쓴잔을 마셨다. 당시 국제 사회의 민심과는 달리, 윤 대통령에게는 사우디와 부산의 표심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대통령실의 보고가 이어지면서 현실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2022~2023년에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투입된 세금은 약 453억원으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외에도 윤석열 정부 취임 후 레고랜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태, 티메트(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 실패 등 경제 측면에서 적신호가 켜지더니 급기야 12·3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로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정치권도 중심을 잡지 못했다. 여야는 극심한 대립을 지속하면서 민생·경제를 위한 잘하기 경쟁보다 탄핵 국면에서 주도권 경쟁에 나서며 눈살을 찌푸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탄핵심판에 넘겨졌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탄핵정국이 몰고 오는 블랙홀에 올해 현안으로 떠오른 연금개혁,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반도체 특별법에서도 여야가 완벽한 합의를 하지 못해 정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했고, 정부는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자세를 낮추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은 모수개혁에 합의한다고 해도 구조개혁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추경 편성은 야당이 전국민에게 현금성 쿠폰을 주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내려놓기 쉽지 않아 추가 예산 지원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법 보조금 폐지 논란, 관세 폭탄 등 통상 파고가 밀려오고 있음에도 한국 정치권은 주52시간 근로제 해제 같은 여야 합의를 도출해내기 어려운 이슈로 논쟁을 지속하며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탄핵심판 결과를 떠나서 경제 분야에서도 상당 기간 '저강도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메트로경제신문> 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복합적인 경제 위기 속에 있고, 다뤄야할 분야가 너무 많기 때문에 대통령이 있었다고 해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문가 중에선 탄핵 여파와 트럼프발 관세 정책까지 계산에 넣으면 경제성장률이 1%대도 힘들 거라고 예측하는 분도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정치인으로서의 숙련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대급부로 검찰총장에서 바로 대통령 직에 오른 한국 정치의 취약성과, 취임 이후 보여온 윤 대통령의 통치술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의 책사라고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올해 출간한 자신의 저서 '대통령의 자격' 증보판에서 "윤 대통령의 스테이트크래프트(통치술)는 대한민국 수립 이래 유례가 없는 것으로서, 굳이 비교하자면 동양 전근대사를 거슬러 올라가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이라는 '혼군(昏君)'이자 '암군(暗君)'으로 불렸던 이들과 비교해야 할 지경이 됐다"고 폭평했다.

 

윤 전 장관은 또한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대 야당과의 협의를 사실상 거부하는 비상식적인 스테이트크래프트를 발휘한 윤 대통령에게 개혁 의지가 있기나 했는지 의심스러웠고, 윤 대통령이 부르짖은 개혁은 허무한 메아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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