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에 처음으로 양자컴퓨팅 부문이 신설되며 양자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양자기술은 산업을 재편하고 우리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혁신의 힘"이라며 이번 CES 2025에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7일(이하 현지시간) CES 2025가 개막한 가운데 양자컴퓨팅 부문이 신설되고 9일에는 반나절 가량 양자컴퓨팅의 실질적 응용에 초점을 둔 콘퍼런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콘퍼런스는 국제 행사인 '퀀텀 월드 콩그레스'와 협력하여 마련되었으며, 주제는 '양자, 비즈니스를 뜻하다(Quantum Means Business)'다. 이론적 수준에 머무르던 양자기술의 구체적 활용 비즈니스 응용 사례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둘 예정이다.
구글, IBM을 비롯해 이온포획식 양자컴퓨터 개발 기업 이온큐(IonQ) 등 양자컴퓨터 관련 기업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미국물리학회, UN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IYQ) 집행 위원회 등이 참여한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디지털 컴퓨터가 사용하는 비트(bit) 대신 양자 비트(qubit)를 활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새로운 방식의 컴퓨터다. 양자역학 원리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기존 컴퓨터보다 복잡한 문제를 훨씬 빠르게 해결할 잠재력을 지닌다.
다만, 양자 컴퓨터의 작동 원리는 양자 역학의 주요 특성인 중첩(superposition), 얽힘(entanglement), 양자 게이트(quantum gate)로, 아직 현존 기술로는 구현이 어렵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양자컴퓨터를 언급했다. 다만 젠슨 황은 "매우 유용한 양자 컴퓨터가 나오는 데 15년이 걸린다고 하면 아마도 이른 편에 속할 것이고, 30년이면 늦은 편일 것"이라며 상용화 시점을 멀게 내다봤다.
기술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당분간 수익성이 낮은 양자 컴퓨터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9일 양자칩 '윌로우(Willow)'를 개발했다고 소식을 전해 양자컴퓨터 상용화 기대를 키우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10셉틸리온(septillion·10자)년 걸리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처리할 수 있다. 10셉틸리온년은 우주나이 138억년의 약 72조배다.
퀀텀 AI 설립자인 하트무트 네벤(Hartmut Neven)은 "윌로 칩은 양자컴퓨팅에서 오류 수정과 성능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줬다"며 "대규모 양자 컴퓨터 구축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IBM은 2023년 'IBM 퀀텀 헤론'을 출시했으며 MS는 지난해 11월 24개의 논리적 큐비트 구현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CTA를 비롯해 주요 기업이 모두 양자 컴퓨터를 주목하는 이유는 해당 기술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데 있다. 양자 컴퓨터는 블록체인의 보안 성능까지 단숨에 무력화시킬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연산능력을 가진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에 따르면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해킹이 현실화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액은 3조 달러(약 4399조5000억원)에 달한다. 아서 허먼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누군가 양자컴퓨터에 대한 해킹 개발 능력을 갖추고 가상화폐에 사용하기로 마음먹는다면 폭발을 기다리는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자 컴퓨터는 신약 개발과 항공우주, 암호화 등 대규모 정밀 데이터 분석을 요하는 분야마다 적용돼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여전히 큐비트 구현을 위한 이론과 현실화의 문제가 남아 있다.
큐비트 구현 방식은 초전도체, 이온 트랩(덫), 광자, 반도체 스핀, 중성원자 등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모두 이론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구글과 IBM이 개발한 구현 방식은 초전도 큐비트다. 초전도 큐비트는 얽힘 구현이 어렵고 극저온에서만 동작한다는 큰 단점을 안고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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