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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준형의 '청맹과니'] 사왕(蛇王)에게 청함

김준형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부처님이 깊은 명상에 빠져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때마침 큰 폭풍우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삼매에 빠진 부처님은 미동도 하지 않으셨다. 이 모습을 뱀들의 왕인 '무차린다'가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부처님이 위험해질 상황이었다. 무차린다는 부처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일곱 번 똬리를 틀어서 부처님의 몸을 감쌌다. 모진 비바람이 불어 닥쳤지만, 무차린다는 똬리를 풀지 않고, 폭풍우를 몸으로 받아 내었다. 7일이 지나자, 마침내 폭풍우는 가라앉았다. 부처님도 명상에서 깨어났다. 그제서야 무차린다는 똬리를 풀었다. 똬리를 푼 무차린다는 허물을 벗고 잘 생긴 청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무차린다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사천성에는 대홍수에 관한 신화가 전해진다. 세상에는 하늘의 신 '뇌공'과 땅의 신 '고비'가 있었다. 고비에게는 '복희'와 '여와'라는 자녀가 있었다. 고비는 성격이 어질었지만, 뇌공은 포악하고 변덕이 심했다. 언제인가부터 뇌공은 심술을 부려서, 비를 뿌려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고비는 비를 훔쳐서 사람들에게 뿌려 주었다. 이 일로 뇌공과 고비간에는 싸움이 벌어졌다. 고비는 뇌공을 붙잡아서 쇠조롱에 가두어 버렸다. 어느 날 고비는 집을 나서면서 '절대로 뇌공에게 물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마음씨 착한 남매는 뇌공에게 물을 주고 말았다. 다시 힘을 얻은 뇌공은 쇠조롱을 부수고 나왔다. 그리고 남매에게 이빨을 하나 주고는 하늘로 올라가서 끊임없이 비를 내렸다. 남매가 이빨을 땅에 묻자 큰 박이 자라났다. 남매는 박의 속을 파고 들어가서 화를 면했다. 그러나 고비와 지상의 인간들은 모두 죽어 버렸다. 이후 두 남매는 태백금성의 권유로 결혼했다. 그리고 지금 인류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이 복희와 여와가 상반신은 인간이지만, 하반신은 뱀의 몸을 하고 있었다.

 

기독교에서 뱀은 환영받는 동물이 아니다. 에덴동산에서 하와를 유혹하여 선악과를 먹게 한 동물이 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문화권에서 뱀이 배척받은 것은 아니다. 이집트 신화의 '우라에우스'라는 코브라는 최초의 파라오인 '호루스'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파라오의 왕관의 이마부분에 있는 코브라 장식은 우라에우스를 상징하는 것이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는 인간을 창조한 지혜의 신 '엔키'가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아즈텍 신화에서 인간에게 농사를 가르친 신 '케찰코아틀'은 깃털달린 뱀이다. 이렇게 뱀은 여러 신화에 등장한다. 뱀은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해가 저물고, 이제 곧 새로운 해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춥고, 혼란스럽다. 우리 앞에 어떤 고난이 남아 있을 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누구도 이런 현실을 원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2025년 을사년은 뱀띠해이다. 신화 속 무차린다에게 착하고 여린 우리 국민들을 일곱겹 똬리를 틀어서 보호해 달라고 청하고 싶다. 신화 속 복희와 여와에게 큰 박 속에 우리국민들을 모두 태워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렇게 모진 폭풍과 홍수 같은 혼란을 이겨내야만 한다. 그리고 새해에는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준형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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