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나온 떡볶이, 라면 등 인기...시장 확보 위한 할랄 인증 과제로 남아
"한국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보고 K-푸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12년에 처음으로 라면을 먹었고, 그 후로 떡볶이, 김밥 등 한국 음식을 즐겨 먹고 있다."
지난달 28일 방문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북부의 롯데마트 간다리아 씨티점은 한국 음식을 찾는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마트 입구에는 라면, 김밥, 떡볶이, 튀김, 닭강정 등 다양한 한국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코트 매장들이 줄지어 있었다. 약 2070여 평 규모의 매장 내에서 가장 눈길을 끈 곳은 한국 라면 코너였다. 수십여 종의 라면이 진열된 모습은 K-푸드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슬람 전통 복장인 히잡을 착용한 이마라(25·프리랜서)씨는 "한류 열풍 덕분에 MZ세대(80~90년대생) 사이에서 K-푸드는 매우 인기가 높다"며 "과거에는 한국 음식 중 할랄(이슬람법에서 허용한 음식)을 찾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할랄 음식이 많아져서 찾기 쉬워졌다. 기회가 된다면 간장게장을 먹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공부 중인 스피넬라(32·프리랜서) 씨는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산 딸기나 복숭아를 구하기 어려워 더 관심이 간다"며 "한국 음식은 가격이 다소 비싸 친구들과 돈을 모아 함께 나눠 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친구들 역시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김밥은 직접 만들어본 적도 있다"며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냉동 상태의 붕어빵만 수입되고 있어, 한국에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길거리에서 갓 구운 붕어빵을 꼭 먹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샤후르(21·바리스타)씨는 "한국인 친구와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한국 과자를 보여주곤 한다. 그럴 때마다 마트에 가서 구매한다"고 말했다. 무슬림인 그는 한식당에 갈 때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메뉴를 주문하며, 아메리카노처럼 할랄 표기가 없는 음식은 성분을 직접 확인해 돼지고기나 술이 들어 있는지 살펴본다고 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인도네시아로의 농림축산식품 수출 실적은 2억1056만500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2억318만7000달러) 대비 3.63% 증가한 737만8000달러의 상승폭을 기록한 수치다. 품목별 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커피조제품이 4945만5000달러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음료 2120만5000달러, 라면 999만1000달러, 과자류 543만2000달러, 딸기 298만4000달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승훈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카르타 지사장은 "인도네시아에서 MZ세대가 전체 인구의 54%를 차지한다"며 "이들은 아직 소득 수준이 높지 않지만, 떡볶이, 김밥, 닭강정 등 한국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소비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롯데마트 푸드코트에서는 한국 돈으로 약 4500원을 넘지 않는 가격에 김밥, 떡볶이, 닭강정 등 길거리 음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반응이 매우 좋다"며 "두끼 떡볶이와 같은 프랜차이즈에서도 김밥, 떡볶이, 어묵 등을 판매하고 있어 인지도와 대중성이 높아 이런 메뉴들은 잘 팔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승훈 지사장은 인도네시아의 까다로운 할랄 인증 절차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언급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시장은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할랄 인증이라는 규제 장벽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의 중소 영세기업들은 2년간의 유예 기간을 통해 시간을 확보한 상태"라면서 "한국할랄인증원 등 국내 인증 기관에서 발급한 인증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10월 18일부터 할랄인증 의무화를 시행했으나, K-푸드 등 수입 식품에 대해서는 할랄인증 의무화를 최대 2년간 유예했다. 식품·음료 등을 생산하는 인도네시아 국내 중소기업과 해외에서 인도네시아로 수입되는 식품·음료에 대한 할랄인증은 인도네시아 종교부 장관이 2026년 10월 17일까지 할랄인증청(BPJPH)과 해외 할랄인증기관 간 상호인정협약(MRA)을 완료하고 의무화 시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에게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향후에도 인도네시아 수출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며, 인증 취득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해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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