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와 야권의 탄핵소추안(탄핵안) 상정 등 정국이 어수선해지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교육·노동·연금개혁 및 저출생 대응 정책(4+1 개혁)은 사실상 정책 추진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모면했어도,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무위원들과 대통령실 참모진들도 사의를 표하는 등 정상적인 국정 운영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7일)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지만,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탄핵안은 재적의원(300명)의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하지만, 195명(국민의힘 소속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 포함)만 표결에 참여하면서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가까스로 탄핵 위기는 모면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과정에서 여론의 반발을 샀고, 이후 내각 및 대통령실 참모진들도 사의를 표명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불가능해졌다. 이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4+1 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완전히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의정갈등이 10개월째 지속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의료개혁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더군다나 비상계엄 선포 당시 발표한 포고령에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문구를 삽입해 의료계와 정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양새다. 특히 의료계는 포고령에 포함된 '처단'이라는 표현을 두고 거세게 반발했다.
대한병원협회도 지난 5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 중단을 결정했다. 지난 1일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 3주 만에 중단된 데 이어 의료계와 대화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여기에 비상계엄 및 탄핵 여파로 2025년도 예산안 논의마저 멈추면서 의료개혁 예산 역시 집행이 불투명해졌다.
의정갈등의 핵심인 의대 정원 증원도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2025학년도는 그대로 진행되더라도, 2026년도부터는 예년 수준(3058명)으로 모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 의대 교수들은 최근 잇따라 성명을 내고 2025학년도 의대 증원마저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연금개혁안도 폐기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2%로 유지하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 내 연금특위를 출범시키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정국이 어수선해지면서 논의는 어려워졌다.
내년도부터 초·중·고 수학, 영어, 정보 교과에 처음 도입될 예정이었던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 교과서)'나 유치원·어린이집 '유보통합'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다음 단계로 진척되려면 교육 현장의 협조가 필요한데,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이라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거기다 AI 교과서에 대한 교육계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정년 연장 논의, 근뢰 시간 개편 등의 내용이 포함된 노동개혁도 사실상 무산됐다. 정년 연장 논의의 경우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 차가 큰 상황인데, 이번 사태가 벌어지면서 노사정 합의 및 국회 입법 모두 난관이 예상된다. 근로시간 개편 논의도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초기부터 추진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윤 대통령이 개혁 과제로 추가한 '저출생 대책' 역시 무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6월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도록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에는 '저출생대응수석'을 신설하고, 저출생 대책을 위한 '인구전략기획부'도 정부조직에 포함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조직법은 입법 사항이므로, 현 상황에서는 국회 논의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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