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삼성이 안정을 택한 인사 발표를 하자 업계 안팎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삼성이 혁신을 안하게 아니라 못한 것이라는 반응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의 중심으로 실적 악화에 처하면서 내부 조직 쇄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에 앞서 이재용 회장도 조직의 위기를 잘안다면서 혁신을 시사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2심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최근 들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누군가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걱정한다"며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외신도 삼성의 위기를 거론하며 혁신 방안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회장이 사업가로서 가장 혹독한 시험을 받고 있다"며 삼성 위기론을 거론하는 등 글로벌 주요 외신들의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27일 삼성전자는 주력인 메모리를 중심으로 주요 인사를 연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혁신 속 안정을 꾀한다는 취지다. '한종희-전영현' 투톱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사업 경험이 풍부한 기존의 배테랑 경영진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 반면 반도체 부문은 일부 경영진만 교체하는 데 그쳤다.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 체제'가 더욱 견고해진 셈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 지원 태스크포스(TF)의 사령탑인 정현호 부회장도 연임된 데 이어 측근 인사인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을 사업지원TF담당으로 이동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12년 만에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을 DS 부문 신설 보직인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승진시킨 데 이어 이미 퇴임한 이원진 상담역도 다시 복귀시켰다. 이원진 상담역은 지난해 이미 일선 서 물러났지만 1년만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선임됐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부장에 한진만 미주총괄 부사장이 발탁되고 CTO 사장에는 남석우 DS부문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을 배치됐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위기설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도 안정 인사를 택한 데는 '인재부족' 으로 인한 피치못할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의 내부 인재부족 문제가 이번 인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표출된 셈이다. 50년 간 한국의 반도체의 역사를 이끌어온 앞으로 삼성전자가 향후 인재 양성을 통해 중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것을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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