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야당의 '사법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데, 이상한 건 여당이다. 차라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에 모든 이슈가 빨려들어가, 여당이 뭘 해도 부각되지 않는 것이 나아 보일 지경이다. 그저 '당원게시판'이 여당면 장식할 뿐이다.
심지어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공개적으로 대표와 최고위원 간에 설전까지 벌어졌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봉숭아 학당' 시절이 생각난다.
'당원게시판 논란'은 무엇인가. 한동훈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글이, 당원들만 작성할 수 있는 '당원게시판'에 올라왔다는 내용이다.
당을 막론하고, 당원게시판이라는 공간은 원래 수위 높은 비난이 날 것으로 오간다. 다만 특정 당원이 여론조성을 위해 끊임없이 글을 올렸다면, 자발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어느 한 사람이 주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혹은 한 대표나 가족의 명의가 도용됐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것들은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논란의 양상이 점점 계파 간 갈등으로만 번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과 댓글을 통해 해당 논란을 확대 재생산 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일부 계파는 거기에 편승해 한 대표를 몰아세웠다.
한 대표 측의 대처도 어설펐다.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았고, 오히려 위법성 여부 등을 언급해 논란을 키웠다. '내가 아니다'라고 부인하기 전에 위법성을 먼저 언급하면 사람들은 의심부터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논란이 2주 가까이 계속되는 것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수년간 국회에 출입하며 봐왔던 보수정당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야당 관계자가 "10년 전 새누리당은 정말 무서웠다"고 회상할 정도로 기율이 엄정했고, 필요할 때 뭉쳤다.
그런데 지금은 야당이 위기에 몰리고 있는데도 국민의힘은 집안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이라 해도, 이슈 파이팅이 전혀 안 되고 있다. 심지어 이날 국민의힘은 민생경제특위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대표와 최고위원 간 설전이 더 관심을 끈다. 경제가 어려워서 사람들이 뉴스도 안 보는데, 당원게시판 갖고 드잡이질 중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헌정사에 이런 여당이 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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