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업이 식품업계의 실적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면서 식품기업 오뚜기가 해외 사업에 고삐를 쥔다. 그동안 내수 중심의 사업을 전개해왔지만, 국내 식품산업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 3분기 라면업계는 해외 매출 비중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라면 분야에서 오뚜기와 경쟁관계인 삼양식품은 '불닭' 인기에 힘입어 매출 4389억원, 영업이익 8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101% 증가했다. 특히 해외 매출이 43% 늘어난 3428억원을 거두며 실적을 견인했다.
또 다른 경쟁자인 농심도 내수와 중국에서의 부진을 해외 법인 성장으로 만회했다. 3분기 매출 8504억원, 영업이익 376억원을 거뒀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6%, 32.5%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호주, 베트남에서 수출이 고르게 증가하며, 국내에서의 스낵·음료 부문과 중국 법인 부진을 상쇄할 수 있었다.
반면, 오뚜기는 동종업계와 비교해 해외 매출비중이 상당히 낮다. 농심과 삼양의 해외 비중은 각각 40%, 78% 가량을 차지하는 반면, 오뚜기는 10%에 못미친다.
오뚜기는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0.5% 줄어든 904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3.4% 감소한 635억원이다. 오뚜기 측은 "해외 부문에서의 매출과 이익은 소폭증가했지만, 국내 매출 증가가 미미했고, 판매관리비용이 증가하면서 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해외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지난해 김경호 글로벌사업본부장(전 LG전자 BS유럽사업담당 부사장)을 영입하고 기존 글로벌 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했다. 오뚜기 내에서 제조본부, 영업본부, 품질보증본부 등 회사 내에서 영향력을 가진 조직들만 '본부'로 편제돼 있는만큼 해외 사업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지난 7월에는 ESG보고서에 '글로벌 오뚜기'로 도약하기 위해 2028년까지 글로벌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오뚜기는 베트남과 미국을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요충지로 삼고 있다. 오뚜기의 미국 법인인 '오뚜기 아메키라홀딩스'는 상반기 42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8% 감소한 수치다. 오뚜기 아메리카홀딩스는 북미 현지 법인 7곳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오뚜기 해외 전체 매출의 30% 가량을 담당하는 핵심이다. 하지만 국내 생산 제품의 수출과 판매만을 담당하고 있어 판매 확대를 급격히 이루기 힘들다.
이에 지난해 미국에 생산법인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를 설립하고 생산 기지 마련을 위해 캘리포니아주 라미라다 지역 부지를 매입했다. 현지 정부의 인허가를 받는 즉시 착공할 예정이다. 현지 공장을 설립하면 국내 생산 제품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와 원재료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국 현지 공장 설립 외에도 해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회사는 지난 8월 영문 표기를 기존 'OTTOGI'에서 새 표기인 'OTOKI'로 변경했다. 기존 영문 표기 철자가 다양하게 발음되는 등 발음상 어려움이 있었다면, 리뉴얼로 오뚜기를 보다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심플한 심볼마크로 해외 소비자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간다는 전략이다.
또 오뚜기는 라면 수출국을 전 세계 65개국에서 70개국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해외 유명 식품전시회에 홍보 부스를 운영하고, 지역 유통 점포부터 코스트코·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회사까지 현지 상황에 맞는 유통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오뚜기는 2007년 베트남에 판매법인을 설립했으며, 2018년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제조공장을 준공했다. 오뚜기는 베트남에서 올 상반기에만 4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인도네시아 할랄라면 시장 진입을 위해 베트남 라면공장의 할랄 인증과 전용 생산기지 구축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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