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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과장’도 ‘이사’도 순천향대에선 ‘대학생’…계약학과, “기업체 맞춤 인재로”

순천향대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최근 계약학과인 산업경영공학과, 세무회계학과 학생회 주최로 '2024 어울림 추계 체육대회'가 개최됐다. 체육대회에서 60여명의 참가 학생과 학과 교수들이 산업경영공학과와 세무회계학과를 표현하는 키워드가 새겨진 기념 휘장을 펼쳐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순천향대 제공

순천향대학교 캠퍼스는 주말에도 학생들로 붐빈다. 희끗한 흰머리, 주름진 얼굴에도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기업체에 근무하며 이 대학 계약학과에 재학 중인 '샐러던트(Saladunt, 공부하는 직장인)'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순천향대는 충남 지역 주요 기업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계약학과를 운영하며 현장 중심 전문 교육을 통해 기업 경쟁력 강화와 재직자 학력 신장에 기여하고 있다. 창의라이프대학 계약학과 산업경영공학과, 세무회계학과, 메카트로닉스공학과에는 현재 91명의 학생이 '샐러던트'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평일엔 직장인으로 생활하며, 주말엔 대학생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직무 수행 능력이 높아지면서 직장 내 나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라고 입을 모았다.

 

■ MZ세대 넘나드는 열정의 '직장인 대학생'

 

충청남도 공주시에 위치한 농부군단㈜ 회계팀에 근무하는 이수용 과장은 보다 체계적인 업무 지식을 갖추고, 역량을 넓히고자 지난해 세무회계학과에 입학했다. 농부군단은 농산물 가공 및 기능성 베이커리 재료 생산·유통 전문기업이다.

 

이 과장은 "2년 전 당시 대표이사님 권유로 입학하게 됐다"라며 "20대 초반 중도포기해야 했던 대학 생활이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공부해 도약의 기회로 삼아보겠다는 결심에 입학했다"고 밝혔다.

 

2학년을 마무리하며, 이 과장은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며 몸이 힘들때도 있지만, 학과 수업을 통해 전공 지식을 쌓고, 다른 분야에서도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 뿌듯하다"라며 "회사 재무관리 업무에도 책임감과 자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늦깍이 대학생 김정례 씨(여, 산업경영공학과 4학년)는 지난 2021년 산업경영공학과에 입학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 내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대학 교육 필요성을 느끼면서다. 김정례 씨는 현재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에 위치한 글로벌 모빌리티기업 ㈜비엠씨 이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학생회장까지 맡고 있다.

 

김정례 학생회장은 "학업을 단순히 학점 이수 목적으로 두기 보다는, 수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라며 "그러면서 기업에서의 실무 능력도 부쩍 향상됐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캠퍼스에서 학과 교수, 선후배, 동기와 나누고 함께하는 생활이야말로 일반 대학에서는 얻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라며 "이업종(異業種) 간 네트워킹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동시에, 자신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기도 있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김정례 씨는 "재학 중 신체적 위기도 있었지만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지도교수의 따뜻한 격려와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회고했다.

 

김씨는 재직 회사에서 회계분야 직무를 맡고 있지만, 생산 및 품질관리, 마케팅, 기업회계, 정보시스템관리 등 전공수업을 통해 산업체의 다양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수 있었다고 했다.

 

■ 기업체 임직원 대상 '계약학과'…10여년간 400여명 인재 배출

 

순천향대 계약학과(4년제 학부과정)는 지난 2013년 처음 개설됐다. 2013년 자동차산업공학과, 융합기계학과를 시작으로 ▲신뢰성품질공학과(2014년) ▲산업경영공학과(2016년) ▲세무회계학과(2022년) ▲메카트로닉스공학과(2023년)가 잇따라 개설돼, 현재 6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순천향대 계약학과는 전문 지식 습득을 위한 사례 중심 수업과 기업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운영하며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기업 관계자가 직접 참여해 기업 친화형 교과과정을 개발·운영하면서 AI시대에 걸맞은 첨단학과로 거듭났다.

 

10여년 간 배출한 인재는 400여명에 달한다. 계약학과 인기가 높아지면서 충청남도 소재 기업체의 인식과 지원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아산시 음봉면에 위치한 반도체 전문기업 ㈜에이티이엔지의 강현규 대표이사는 "직장인이면서도 주말을 이용해 대학에서 공부하는 열정적인 회사원이야말로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적자원이"이라며 "인공지능(AI)시대에 기업의 미래를 짊어질 글로벌 마인드와 역량을 갖추기 위해 대학과정에 지원하는 임직원에게는 회사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학 계약학과는 기업 경쟁력 강화에 따른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한편,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입학 자원 부족 문제에 직면한 대학에도 새로운 입학 자원을 유치하는 대안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황선필 순천향대 산업경영공학과 학과장은 "첨단 AI시대에 걸맞는 글로벌 기업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인적자원 개발과 교육플랫폼을 통한 학력신장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순천향대 계약학과는 기업체 재직자 개인 성장뿐만 아니라, 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업친화적 교육과정을 운영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 학과장은 "앞으로도 재직자가 첨단 산업환경 변화에 경쟁력을 갖춰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계약학과가 앞장서 교육하겠다"라며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에 처한 대학들이 많지만, 입학자를 재직자 등 성인층으로 확대해 대학이 제 기능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순천향대 계약학과 ▲산업경영공학과 ▲세무회계학과 ▲메카트로닉스공학과가 신입생을 모집한다. 입학 자격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 또는 동등 학력의 자격이 인정된 재직자다. 또한 편입학은 전문대 졸업(예정)자 또는 동등한 학력이 인정된 재직자도 가능하다.

 

상시 근로자 수 5인 이상 사업장에 재직 중인 자로 신학기 개시일 기준 해당 기업체에서 10개월 이상 재직한 4대 보험 가입자로서 산업체 대표의 추천을 받은 자, 소속 기업체에서 교육비 50% 이상 납부가 가능하면 된다.

 

/ 이현진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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