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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다이소와 100엔 숍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오랜만에 집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등 뒤에서 아이가 나를 부른다. 책장을 넘기며 고개를 돌렸는데, 아뿔싸! 책이 찢어지고 말았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이 내가 손가락 힘 조절을 실패한 것이다. 일단 찢어진 책을 보수하기 위해 투명 테이프를 찾아본다. 분명히 어딘가에는 있을 텐데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새로 테이프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어디에서 테이프를 살 수 있을까? 라는 간단한 의문에 여러 가지 답안이 머릿속을 맴돈다.

 

먼저 최근 필요한 물건을 가장 많이 구매한 방법은 인터넷 쇼핑몰이다. 몇 개의 사이트를 찾아다니면서 가격 비교를 하고 내게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면 시간과 돈이 절약된다. 그런데 투명 테이프 하나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는 것은 오히려 손해일 것이다. 당장 택배비가 테이프값보다 비싸 배보다 배꼽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그런 경우에는 여러 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함께 주문한다. 금액이 커지면 택배비가 무료로 변하는 신기한 경험도 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지금 당장 테이프가 필요하고 굳이 함께 살 물건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음으로 테이프를 살 수 있는 곳은 문구점일 테다. 그런데 나는 우리 동네 문구점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예전엔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에 문구점이 하나 있었는데 사라졌고 그곳에 있었던 문구점이 어느 건물 4층으로 이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어디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다음으로 생각나는 곳은 편의점인데, 집 근처 편의점에서 투명 테이프를 본 기억이 없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투명 테이프 하나 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투명 테이프 하나를 당장 사기 위해서는 대형 마트에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다. 하나 더 선택지가 있었다. 바로 다이소에 가면 투명 테이프를 살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다이소 매장이 여기저기 많이 생겨서 적어도 내 생활 반경에서는 대형 마트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다이소는 일본 100엔 숍 중 하나의 브랜드가 한국에 와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일본의 100엔 숍은 생활 잡화와 문구를 중심으로 제품을 구비하고 가격은 100엔으로 균일하게 통일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예전에 여러 가게들이 재고 처리와 미끼 상품으로 100엔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는데 1980년대 중반부터 100엔 제품만 판매하는 상설 매장이 등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19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와 함께 경제 불황이 닥쳤고 100엔 숍은 급속히 점포 수가 증가했다. 따라서 일본 내에서는 불황 시대의 성장 산업으로 불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캔두, 세리아, 와츠 등과 같이 대형 체인으로 운영하는 100엔 숍이 있으며, 이들 기업은 전문 납품업체를 지정하고 생산자와 직거래를 도입하는 등 유통업의 혁신을 이끌어 100엔이라는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양질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 진출한 다이소는 아주 빠른 속도로 점포 수를 늘리고 있다. 물론 경기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물건을 잘 구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 많은 소매점이 사라지고 있다. 문구점이 사라진 것처럼 철물점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물건을 하나 사기 위해서도 대형 마트를 찾게 되다 보니 이러한 물건을 구비하고 있는 다이소를 더 찾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투명 테이프를 하나 사기 위해 펼쳤던 상상의 나래가 다이소에서 멈춘 것처럼 말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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