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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세뇌(Brainwashing)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한자로 '뇌를 씻는다'는 뜻의 세뇌(洗腦)는 인간의 정체성 자체를 변화시켜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나 사고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즉, 물리적 폭력 혹은 정신적 압박 등의 강한 외압을 통해 특정주의 사상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전쟁 때 중국 공산당이 포로인 미군에게 공산주의를 믿도록 강요하였는데, 세뇌라고 부르던 것을 영어로 직역해 brainwashing이라고 명명했다.

 

한 개인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감금하여 비밀을 밝히게 하거나 정치적 성향이나 도덕적 확신을 설득하는 것이며 가치관이나 행동을 변화 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강력한 신체박탈 상태, 감금, 수면이나 음식의 박탈을 통해서 지적·정서적으로 붕괴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조건반사로 잘 알려진 파블로프의 연구에서도 세뇌의 기본적인 원리들이 밝혀져 구소련에서는 일종의 '통치 공학'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주고 사료를 주는 것을 강압적으로 반복하였더니 나중에 종소리만 들어도 개들이 침을 흘리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이 파블로프의 조건화이다.

 

그런데 파블로프가 추가로 발견한 사실은, 극심한 혼란 상태나 목숨의 위협을 경험하는 상태에서는 학습된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조건화에서 보였던 반응과 반대되는 반응까지 보이는 현상도 발견하였다고 한다.

 

1924년에 레닌그라드에 큰 홍수가 있어 파블로프의 연구실에도 갑작스럽게 물이 들이닥쳤다. 그 때문에 값비싼 기자재나 실험용 개들을 챙길 새도 없이 급하게 사람만 빠져 나오게 되었다.

 

그 때 연구원 한 명이 물속에서 허우적대던 개들을 어렵게 건져내서 목숨을 구해주었는데 이 일이 있고 나서 기묘한 일이 생겼다. 식사시간을 알리는 종을 쳐도 개들이 꿈쩍을 안했고 몸에 배어 있던 자극 반응의 학습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이것을 물에 빠져죽을 뻔했던 충격 때문으로 추측한 파블로프는 동일한 상황을 인위적으로 구성해서 실험했더니 역시 학습된 개들에게서 조건화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더욱이 학습된 행동이 사라진 것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얌전하던 개가 난폭해지거나 난폭한 개가 얌전해지는 결과도 보게 되었다고 한다.

 

파블로프의 이러한 연구들은 멀리 미국에까지 전달되어 행동심리학을 촉발시키게 된다. 물론 학문적인 얼굴로 연구되었으나 사실 이러한 기술은 악의적으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CIA의 '블루버드' 라는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1953년에는 'MK 울트라' 계획이라는 악명 높은 프로젝트까지 발전하게 되는데, 영화 '본시리즈'의 주인공 제이슨 본은 세뇌된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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