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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中)

 

그런 날이 있다. 운전을 하다가 '깜빡이'도 없이 냅다 끼어드는 앞차. 양쪽으로 5m 거리에 횡단보도가 두 개나 있음에도 숨 쉬듯 무단횡단을 하는 동네 사람들. 퇴근시간 지하철에서 내가 내리기도 전에 먼저 타는 사람들. 걸어가다 먼저 부딪쳐놓고 사과는 없이 "아이고"라는 한 마디만 남기며 떠나가는 이. 빠른 속도로 내달리다 사람을 칠 뻔 했지만 그냥 쌩 하니 가버리는 전동 킥보드 운전자. 이런 일을 겪고 화를 내는 날이 있다.

 

그럴 때 입에서는 험한 말이 튀어 나온다. 그 험한 말들을 지면상으로 옮길 수는 없다. 어떤 이는 의자 다리에 새끼발가락을 찧어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아야 한다. 어떤 것은 아예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양 소멸해야 한다.

 

그러니까, 저런 소소한 것이 거슬릴 때 분노 지수가 치솟는 날이 있다. 사실 이것은 별 의미 없는 분노다. 화를 낸다고 바뀌지 않아서다. 일상의 단면만 보고 쉽게 분노를 표출해버린 셈이다.

 

김수영 시인이 살아가던 1960년대와 다르게, 방구석에서 '거악(巨惡)'을 욕하는 것도 아주 쉬운 일이 됐다. 문제는 금방 잊는다. 그렇게 쉽게 잊는다면, 그건 '거악'인걸까 '조그만 일'인 것일까.

 

곧 이태원 참사 2주기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안타까워 하다가 2년이 지났다. 이유도 모른 채 떠난 159명의 희생자를 잠시 추모했을 뿐, 그 뒤에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알지 못한 채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국회에서는 여야가 함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하지만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 조사가 시작되기까지 유족의 마음은 또 한번 타들어갈 터다.

 

그러나 내가 방구석에서 분개만 하며 시간을 보낸 사이, 내 마음은 그 일을 '조그만 일'로 만들어 버렸다. 159개의 우주를 소멸시킨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 조롱하는 사람을 경멸했지만, 남은 이들의 슬픔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1심 재판 결과를 보며 잠시 화를 냈을 뿐이다. 그렇게 2주기를 맞았고, 나는 또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 부끄러운 사람이 됐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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