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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심리사전] 나쁜 감정의 좋은 이유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심리검사를 하거나 임상장면에서 많은 내담자나 환자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경우 부정적 정서로 알려진 우울과 불안감이 마치 기본 옵션처럼 따라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검사를 다 마치기도 전에-그래선 안 되지만-진단명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런 흔한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필자의 머리에 항상 한때 지속되던 질문이 슬며시 떠오른다. '인간이 진화를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감정과 혼란을 경험하도록 진화했단 말인가?'

 

여기에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아니 세상에는 꼭 이런 우울, 불안 혹은 분노 뭐든 좋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고 그냥 조증(躁症)인 기분을 죽을 때까지 느끼면서 살다가 삶을 가장 즐거운 상태에서 죽도록 진화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은 곧 현실적인 필자의 직업 문제와 연결되면서 사탄의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만약에 그랬으면 이런 직업으로 먹고 사는 게 불가능했을 거고, 그럼 난 아마 술이나 퍼먹고 있겠지? 연이어 소시오패스의 마음 상태로 변화되면서 세상의 불안과 우울이 존재하게 해준 진화의 신에게 감사하고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우울과 불안으로 고통 받는 분들에게는 죄송하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의 하나로 제시되는 학문이 '진화정신병리학'이다. 진화정신병리학에서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자연선택이 진화의 본성 중 하나인데 불안, 우울 장애 등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을 제거하지 않고 왜 남겨둬서 그로부터 인간을 고통 받게 했을까?

 

질문이 있으니 답이 있어야 하는데 답을 아직 줄 만큼 연구가 많지는 않아서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이제 조금씩 만들어져 가는 학문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이유를 들어보면 아이러니 하게도 뒤집힌 질문이 되돌아온다. '그게 없으면 우린 다 죽어….'

 

어? 무슨 말인가? 그 이유를 들어보면 인간이 불안, 우울 등등의 정신적 장애를 가지는 것은 우리가 주관적인 경험과 인간적인 가치로 장애인 것이지, 자연계에서는 인간이 보이는 불안과 우울은 오히려 정상인 것이고 그게 없었으면 인간은 눈앞의 호랑이나 사자에게 까불다 한 끼의 식사가 되었을 것이며, 같은 위험한 장소를 기억하면서도 또 찾아가서 돌에 머리가 깨지거나 어떻게 될지 생각하지 않고 무모한 용기로 다양한 위험 행동을 해서 사라졌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좀 말이 된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지구의 여러 생명체에 비하면 그 생존의 시기가 길지 않고 이렇게 주체 못할 정도로 지구를 망치면서 개체를 퍼뜨리기 시작 한 것도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한 없이 연약한 존재로서 온갖 생명을 위협하는 대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노력 했던 조상이 만약 항상 긴장하고 불안하고 또 뭔가 지나치게 돌아다니지 않도록 기운 쳐지게 하지 않고 또 죽을 뻔 한 경험을 하거나 뭔가에 실패하고 좀 가만히 있도록 의기소침해지고 우울해지는 인생의 고통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 설명이 지금의 우울함과 불안감을 해소해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적어도 정상·비정상을 구분한다면 우울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비정상이고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더 비정상이 될 것이다. 그래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꼭 정상과 비정상에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도달한다.

 

물론, 이러한 설명이 삶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해서, 우울과 불안의 고통이 당연하니 꾀병을 부리지 말하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우울과 불안은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종의 병이기보다는 오히려 우울과 불안이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기능을 했기 때문에 그나마 우리를 더 오래 적응하도록 만들었다고, 그래서 본질적으로 우울과 불안으로 고통 받는 것이 '정상 인간'이라는 점이다.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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