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당진사람'
농업은 '생명산업'…가치 느끼고 뿌듯해
첨단 기술 적용한 농업…'기계화' 주목
'귀농 성공 비법'…자신에게 맞는 작물 찾아야
농부 박상욱(33)씨는 1991년 충남 당진시 대호지면에서 태어났다. 현재 대호지면에 남은 몇 없는 청년이다. 당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도시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나 대학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하고 진로에 확신이 들어 당진에 남았다. 3만여평의 땅에서 쌀과 고구마를 재배한다.
대학교 재학 시절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에서 1년간 농공(농업과 공업)을 공부했다. 미국과 일본의 농공 기술은 세계에서 인정해 주는 만큼 역량을 키우기에 적합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기후 등 조건이 비슷한 만큼 실용성 있는 기술을 배우기 좋았다. 대학교 졸업 이후에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다. 박 씨는 당진시에서 선발하는 '당찬 당진사람' 5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지역에서는 유명 인사다.
◆ 농업은 '생명산업'…가치 느끼고 뿌듯해
과거 박 씨는 내심 농업에 관한 자격지심이 있었다. 근로 환경의 특성상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기 때문이다. 농업은 땀나고 어려운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박 씨를 위축시켰다. 대학교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들의 대부분은 직장인이 되거나 농업 관련 공무원이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에서 농업에 관한 자격지심을 말끔하게 털어낼 수 있었다. 요리사로 일했는데 직장 동료들과 부모님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면 모두 부러워했다. 한국과 캐나다는 농업을 인식하는 사고방식이 다르다고 느꼈다. 동료들은 농업을 생명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을뿐더러 박 씨가 유복한 집안의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농업을 평가절하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간혹 뉴스를 보면 속상할 때가 있다. 쌀값이 떨어져 농민들이 시위하는 기사에 비난성 댓글이 넘칠 때다. 농민에게 투입하는 정부 지원금을 중단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그는 시민들이 농업의 가치를 알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농업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 씨는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곡창지대였지만 전쟁 이후 쌀 생산량이 크게 줄어 이제는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수입하고 있다. 필리핀 또한 세계 최대 규모 곡창지대에서 쌀 수입국으로 변했다. '식량안보'라는 말이 존재하는 만큼 많은 분들이 농업의 가치를 알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 첨단 기술 적용한 농업,'기계화' 주목
박 씨는 올해로 7년차 농부다. 그의 일터는 논(3만평)이다. 축구장 14개를 합쳐놓은 크기다. 그러나 수확을 제외하면 어머니와 둘이 모든 작업을 마친다. 비법은 '기계화'다. 농사를 시작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기계화에 주목했다. 모종 준비를 위해 밭을 갈고 일구는 것은 자율주행 트랙터가 담당한다. 벼가 자라면 드론을 이용해 농약을 살포한다.
쌀과 고구마 농사를 짓는 만큼 연중 3~5월이 가장 바쁘다. 새벽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일해야 한다. 파종과 이양 작업에 몰두한다. 여름에는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당진시 청년 농업인들이 모여 '해나루방제단'을 결성했다. 별도의 임금을 받고 여름 농사를 짓는 분들을 찾아 농약 살포를 대행한다. 사람이 직접 하지 않으니, 돈을 지불하더라도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바쁠 때는 하루 매출 200만원, 월 매출 2000만원 정도다.
그는 자영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농업 분야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고 조언했다. 정부지원사업에 참여하면 최소 3년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농(만 39세 이하)일수록 유리하다. 자영업자의 1년 생존율이 50~60%, 5년 이내 폐업률이 70~80%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선택지다. 창업 초기에 필요한 자금도 연 1%로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단 3년간 실패와 착오를 겪고 성실하게 보완해야 한다. 핵심은 생육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이다. 파종과 농약 살포, 비료 투입 등 작물이 요구하는 것들을 시기적절하게 보급해야한다. 기록은 필수다. 불편하고 어렵더라도 주변 어른들에게 조언을 구해야한다. 생활 보조금을 믿고 나태해진다면 절대 독립할 수 없다.
박 씨는 "지금은 여유가 생겨 요령껏 일할 수 있지만 처음 1~2년간 눈 딱 감고 일만 했다. 농사짓는 부모님 아래에서 자랐고 농업을 전공했지만 직접해보니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결국 정착을 위한 성공 비결은 성실성이다"라고 강조했다.
◆ '귀농 성공'은 농업교육 수강부터
박 씨는 귀농 성공비법과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을 공유했다. 가장 먼저 '농업기술센터'에서 마련한 강의를 듣는 것을 권장한다. 박 씨 또한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전 농업기술센터에서 이론 교육을 들었고 실무에 적용했다.
작물은 일하는 방식과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크게 실내재배와 노지재배로 구분한다. 최근 실내재배의 트랜드는 유리온실이다. 컴퓨터가 온도조절과 온실 개방, 환풍기 작동 등을 담당한다. 유리온실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농작물은 '딸기'다.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로 잘 알려져 있다.
단, 농사를 포기했을 때 손해가 크다. 특히 시설의 경우 감가상각이 심한 편에 속한다. 대출을 받아 수억원을 들여 설비를 마련해도 되팔 때는 몇천만원 수준이다. 아울러 노지재배보다 시간적으로 많은 노동력을 요구한다. 흔히 딸기 농사는 '1년에 14개월 일한다'고 표현한다.
노지재배는 포기했을 때 위험 부담이 적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은 떨어진다. 고구마와 쌀의 평당 매출액은 각각 1만5000원, 4000원 수준이다.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농지은행' 등의 도움을 받아 최소 1만평 이상의 땅에서 규모의 경제를 시현해야 한다.
그는 부가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라고 강조했다. 박 씨의 경우 유통 플랫폼에 입점해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높였다. 최근에는 부대시설을 정비하면서 농촌 체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박 씨는 "처음 귀농하는 분들이 '좋은 농산물'에 얽매이는 경우를 봤다. 하지만 결국 맛있는 농산물이 생존한다. 여러 품종을 심어보고 직접 맛보기를 권장드린다"며 "지역소멸이 가속하는 만큼 많은 분이 농촌에서 오시길 응원한다"라고 말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