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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임종룡 회장, 찜찜하게 살아남았지만

이정희 대기자.

"우리은행이 법상 보고를 제때 안 한 부분은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이 정도 발언은 조금 화난 수준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수장이 특정 금융인과 금융회사를 찍어 한 말이라면 엄청 센 발언이다. 그것도 공영방송을 통해서. 지난 달 2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금융지주에 대해 제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정신 차리도록 뭔가 후속 조치를 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의 친인적을 대상으로 42건 616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실행했으며 이 중 350억원아 특혜성 부당대출로 밝혀졌다. 손 전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해 2023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10월께 여신감리 중 해당 사실을 인지했으나 올해 1월에서야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 대출에 문제가 있다고 인지하고도 관련 대출에 대한 이렇다 할 통제 조치가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금감원에 사고 사실을 지각 보고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12일 우리금융의 부당대출 책임론 공방 질문과 관련 "금감원이 검사를 진행 중이고, 정기검사도 곧 진행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감원의 엄정한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고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펴 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다음달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정기검사를 한다. 당초 내년에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부당대출과 보험사 인수 적정성 등을 살펴보기 위해 일정을 1년 앞당겼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이 정도 언급했으니 임 회장에 대한 뭔가 조치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잇따랐다. 당사자인 임 회장과 우리금융 측이야 죽을 맛이겠지만 보는 사람들은 흥미진진했다. 전직 금융위원장과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맞붙은 큰 싸움답게 먼지도 많이 나고 볼거리도 많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쯤이면 뭔가 신호가 갔을 것으로 보였다. 대개 지주회장이 꼬리를 내린다.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며 선처를 바라는 수순에 들어가게 마련이다. 예상대로 임 회장은 지난 달 28일 긴급임원회의를 열고 "부당대출로 국민에게 큰 심려를 끼친점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거취와 관련해서도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지난 추석을 전후로 사태가 관전자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임 회장은 살아남고 밑에 조 행장이 책임지는 쪽으로 봉합이 됐다는 소식이다. 최근에 만난 전직 금융위원장 A씨는 "임 회장이 살아남는 것으로 해결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금감원 보고 누락이 임 회장의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전 고위 관료 B씨도 "임 회장 자리를 노리던 몇몇한테 경고가 내려지면서 임 회장은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고 전했다.

 

금감원 모 고위 간부도 "전 금융위원장인 임 회장을 몰아세우면 금융위와도 사이가 불편해지는 것은 물론 임 회장과 조 행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 경영공백 사태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라 임 회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고 밝혔다.

 

찜찜하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임 회장은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내부통제를 당부했으나 계속되는 횡령 사고와 부정 대출 사태에 그의 노력은 공염불이 됐다. 무엇보다 잇따른 횡령사고, 파벌 싸움 방치, 특정학맥 중용 등 조직 관리 능력에 부족함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부정적 평가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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