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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31.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정말 망할까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한 번은 지방대학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모임이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이동시간을 공평하게 맞추려고 KTX 오송역에 회의 장소를 잡았다. 멀게는 제주도에서 청주공항으로 올라오고, 대구·부산·김해·광주·전주에서는 고속철도에 잇닿아 도착했다. 이렇게 모처럼 지방대학 교수들의 수사적 향연이 시작되었다.

 

그 때 몇 번이고 들어서, 귀에 못이 박힐 만큼의 레토릭이 있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것이다. 봄이 오면 벚꽃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따뜻한 바람을 타고 순차적으로 꽃을 피우겠지만, 지방대학들은 남쪽에 있는 대학들부터 먼저 폐교의 위기를 맞을 것이란 얘기다.

 

대학에서 시작된 이른바 '벚꽃엔딩'을 실험해보는 일도 벌어졌다. 교육학자인 양정호 교수가 서울 경복궁을 기점으로 전국 대학들의 주소와 위도 및 경도를 활용해 거리를 계산했다. 그런 다음, 이 거리에 따른 대학의 신입생 경쟁률, 신입생 충원율, 그리고 졸업생 취업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는 분명한 '거리의 패턴'을 보여주었다. 데카르트가 만든 좌표평면에 지방대학들의 위치가 점으로 찍혀 있는데, 거리 축(x축)의 크기가 커질수록 경쟁률 축(y축)의 크기는 감소하는 '음의 상관관계' 분포를 뚜렷하게 나타냈다. 서울에서 떨어진 거리가 멀어질수록 대학의 3가지 지표 모두가 감소하는 것이다.

 

지방도시의 인구감소는 더 이상 지방소멸이 수사가 아님을 알려준다. 출생아 수가 급감하고, 자연히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지방대학의 소중한 입학자원이 희소한 게 당연하다. 그나마 지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재목(材木)들이 괴나리봇짐을 싸듯 서울로 향한다. 지방도시의 청년 유출은 '강물을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연상시킨다.

 

우리나라의 '벚꽃엔딩'이 거리에 울려퍼지는 사이 외국에선 '빛 좋은 개살구'가 무르익고 있다. 대학 졸업장이 부질 없는 사회라는 거대담론이 열리고, 미국에선 고등학교 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이 63%로 10년새 가장 낮다는 소식도 들린다. '캠퍼스의 위기', '폐허의 대학'은 이렇게 보면 지방대학이니 수도권대학이니 편가를 문제가 아니다. 벚꽃 피는 순서가 아니라 여름이 오기 전에 고목의 존폐를 단단히 각오하라는 시그널이다.

 

"대학, 스스로 재발명하라. 그러지 않으면 소멸될 것이다(reinvention or extinction)."

 

미국에서도 지극히 지방에 있는 애리조나주립대학의 일성이다. 대학에 난데없이 '은퇴자 커뮤니티'가 들어서고, 구글·엔비디아·오픈AI 같은 첨단기술의 성인교육 경쟁이 치열하다. 벚꽃 피는 순서는 고사하고, 허리띠를 거듭 고쳐 매는 대학혁신이 코앞에 있다.

 

며칠 전 대학의 입학자원을 결정하는 수시모집이 끝났다.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를 차치하고 평생학습자 전형의 신입생 경쟁률을 보면 눈이 번쩍 뜨인다. 경상권 및 전라권에 있는 대학들의 성인학습자와 기업 재직자 지원 비율이 모집정원을 넘어섰다. 적게는 100명 모집에 140명이, 많게는 300명 모집에 500명이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는 얘기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성숙한 학습자'가 대학의 신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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