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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 “3D프린팅으로 도자기“…황인규 공예가, 전통과 디지털을 빚다

지난 6월 코엑스 더메종 전시회에 참여한 황인규 작가가 본인의 도자기 브랜드 '비비드스톤(VIVIDSTONE)'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 황인규 작가

“작은 잎맥이 나무의 전체 구조를 닮아가듯, 작업을 할 때는 반복되는 패턴을 통해 영감을 얻습니다."

 

도자기 작업실에서 만난 황인규 도자기 공예가(30세)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어디서 영감을 얻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고딕 건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반복적이고 수학적인 패턴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특히 자연 속에서 볼 수 있는 '프랙탈 구조'에 주목했다. 프랙탈 구조란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닮은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그의 도자기 작업에서도 반복적이고 대칭적인 형식이 반영됐다. 이는 자연의 섬세한 패턴을 도자기에 담아내려는 그의 의도를 보여준다.

 

황 작가의 도자기는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 건축적 심미성을 담고 있다. 3D 프린팅을 통해 만들어진 정교한 디자인이 흙의 따스한 감성과 어우러져 특별한 예술 작품으로 탄생했다.

 

황인규 작가가 도자기 공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황인규 작가

◆ 디지털 기술과 전통의 융합...'예술적 여정의 이면'

 

황 작가와 도자기와의 첫 만남은 다소 독특했다. 그는 대학 시절 유리세라믹디자인학과를 전공하며 가상의 그래픽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3D 프린팅'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3D 모델링에 매료됐다고 그는 언급했다.

 

황 작가는 "3D 모델링을 배우는 과정에서 흙이 지닌 유연성과 감성에 마음이 끌렸다"며 "흙을 손으로 쥘 때마다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늘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의 길은 졸업 후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세라믹기술원에서 도예가들과 작업을 하며 디지털 기술과 전통 도자기 기술의 융합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황 작가는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도구가 아니며, 전통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매개체"라고 표현했다.

 

(왼쪽부터) 3D 프린터로 작품의 원형을 조형하는 모습, 출력물을 이용해 석고몰드를 제작하는 모습, 석고틀에 흙물을 주입해 성형된 기물

그는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하기 위해 우선 큰 테마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주로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고 해당 아이디어를 디지털 스케치로 발전시킨다. 디지털 스케치는 3D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화면에서 비례와 크기를 조정하며 구체적인 형태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이후 3D 모델링이 완성되면 원형을 제작한다. 이 원형을 바탕으로 석고 틀을 만드는 작업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석고 틀은 도자기를 만드는 거푸집처럼 사용되며 석고 틀에 물을 주입해 도자기 형태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더해 정확한 형태를 위해 조각도와 스펀지를 이용하게 세심하게 다듬는 작업은 필수다.

 

완성된 도자기는 초벌구이와 유약 시유 과정을 거쳐 1250℃에서 고온 소성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작품으로 탄생한다.

 

황 작가는 "이 모든 과정이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황인규 작가가 도자기 공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황인규 작가

◆ "도자기 제작의 핵심은 흙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

 

그는 무엇보다 흙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작가는 "도자기는 고온에서 구워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형되고 수축된다"며 "이때 의도치 않은 변형이 생기는 것은 성형 단계에 부족함이 있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그가 도자기 제작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법은 '슬립캐스팅'이다. 해당 기법은 흙을 물에 개어 석고형틀에 주입하여 도자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이장주입성형'이라고도 불린다. 슬립캐스팅은 대량 생산에서 유용하게 쓰이지만, 공예분야에서는 양산공정에서 할 수 없는 섬세한 작업에 활용된다.

 

또한 작업 과정에서는 석고 원형이 필수적이다. 전통적인 도자기 제작에서는 석고 원형을 수작업으로 직접 깎아 만들었지만, 황 작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했다. 그는 3D 모델링 소프트웨어에서 원형을 설계한 뒤 실제 원형을 제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형을 슬립캐스팅 기법을 활용하여 고유의 디테일과 완성도를 갖춘 도자기로 탄생시킨다.

 

황 작가는 "기성 도자기 제작 방식은 수공으로 석고를 직접 깎아 제작했기에 형태의 제약이 많았다"며 "디지털 기술 덕분에 복잡하고 정교한 형태를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황인규 작가의 대표 작품 '미로 시리즈' / 황인규 작가

◆ 도자기와 철학의 만남 '미로 시리즈'

 

황 작가는 자신의 도자기 브랜드 '비비드스톤(VIVIDSTONE)'에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 비비드스톤은 돌과 도자기가 열과 압력 속에서 태어난다는 공통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명한 것이다.

 

그는 "열과 압력 속에서 어렵게 만들어지는 도자기는 사람들에게 소유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며 "'비비드스톤'은 눈에 띄고 기억에 남는 도자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작명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황 작가의 대표 작품은 '미로 시리즈'다. 미로 시리즈는 그는 철학적인 고민에서 시작됐다.

 

황 작가는 "우리는 '삶'이라는 미로의 입구에 놓인다"며 "출구를 찾기 위해 헤매는 것보다, 입구와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고 사라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로 시리즈는 '미로 속에서 헤매는 것만으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황 작가는 미로 시리즈를 통해 도자기 작업의 깊이와 철학을 표현하며 보는 이들에게 삶의 본질에 대해 사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황인규 작가의 대표 작품 '미로 시리즈' / 황인규 작가

황 작가는 도자기 디자이너로서의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현재 많은 제품의 디자이너가 있지만, 도자기의 물성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통적인 도자기 생산 방식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더 폭넓은 디자인의 도자기를 창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황 작가는 4차 산업혁명 이후 3D 프린터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해당 기술을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게 도자기 체험 공방을 운영할 계획이다.

 

황 작가는 "일반인들도 도자기 디자인과 제작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며 "이를 통해 3D 프린팅을 활용한 도예의 매력을 널리 알릴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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