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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서울이 싫어서

최근 개봉한 영화 '한국이 싫어서'를 보러 가기 전 예습을 위해 동명의 원작 소설을 읽었다.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출퇴근의 고단함과 보람 없는 회사생활에 질린 주인공 계나가 행복을 찾아 호주로 떠나는 내용의 이야기다.

 

다음은 계나가 묘사하는 출근길 지옥도. "신도림에서 사당까지는 몸이 끼이다 못해 쇄골이 다 아플 지경이야. 사람들에 눌려서. 2호선을 탈 때마다 생각하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을까 하고. 나라를 팔아먹었나? 보험 사기라도 저질렀나? 주변 사람들을 보며 생각해. 너희들은 무슨 죄를 지었니?"

 

계나와 비슷한 이유로 '한국이', 정확히는 '서울이 싫다.' 지나치게 높은 인구 밀도 때문이다. 어딜 가도 북적여서 조금만 움직여도 진이 빠진다. 날이 갈수록 고단해지는 출퇴근길 대중교통을 피하려고 요즘에는 팔자에도 없는 운전을 배운다. 이동 시간이 더 걸린다 하더라도 닭장 같은 지하철과 버스를 탈출해 삶의 질이 조금이나마 나아질까 하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그런데 요며칠 그런 희망을 산산조각내는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땅 꺼짐이 일어나 차량 한 대가 싱크홀에 빠져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 다음 날엔 사고 지점 인근에서 도로 침하가 발견됐다. 이어 8월 31일 오후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에서 종로3가역 방향으로 가는 편도 3차선 도로에서 땅 꺼짐이 나타났고, 같은 날 강남구 지하철 9호선 언주역 사거리 인근에서 도로가 내려앉았다. 최근 3일 연속 서울 시내에서 땅 꺼짐과 도로 침하가 발생한 것.

 

그간 서울시가 펴온 정책들을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대폭 풀어 서울 곳곳이 공사판이 됐고, 정비사업의 경제성을 올려준다며 높이 제한을 완화해 고층 건물을 양산해냈다. 지반이 약화될 수밖에. 뿐만인가. 지상에 여유 부지가 사라지자 지하를 개발하겠다며 또 땅을 파고 있다.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 등의 굴착 공사가 쉼없이 이어진다. 서울시는 지반의 힘을 떨어뜨리는 각종 개발사업들을 멈추지 않으면서 굴착 공사장 관리 강화 등으로 땅 꺼짐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싱크홀 원인 제공 뒤의 사후대책보다 우선시해야 할 건 땅 꺼짐을 일으키는 무분별한 개발 사업 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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