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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164) 조선 왕들의 매 사냥터서 공공 녹지로 거듭난 '응봉근린공원'

지난 21일 오후 한 시민이 응봉근린공원 내 남산자락숲길에서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응봉근린공원은 서울 중구와 성동구에 걸쳐 있는 녹지다. '응봉'이라는 명칭과 관련해서는 조선 시대 임금이 사냥할 때 매를 풀고 꿩을 잡은 곳이라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봉우리가 매처럼 생겨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600여년전 왕족들만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던 이 공간은 시간이 지나고 사회가 변화하며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공녹지로 거듭났다.

 

◆도시개발로 5개로 나뉜 공원

 

21일 오후 시민들이 응봉근린공원 내 남산자락숲길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응봉근린공원은 과거 하나의 거대한 줄기였으나, 도시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잘게 쪼개졌다. 응봉산(성동구 금호동4가 1540), 대현산(성동구 독서당로63길 44), 매봉산(중구 신당동 산51), 배수지공원(성동구 난계로 61-46), 금호산(성동구 매봉18길 79) 총 5개로 나뉘었다.

 

세월이 흐르며 대현산과 매봉산은 각각 대현산공원과 매봉산공원으로, 배수지공원은 대현산배수지공원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응봉산만 전과 같이 불리고 있다.

 

이달 21일 오후 응봉근린공원 내 남산자락숲길 진입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김현정 기자

금호산은 응봉근린공원으로 이름을 갈고 옛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 자리한 응봉근린공원을 찾았다. 지하철 3호선 약수역 4번 출구로 나와 신금호역 방향으로 564m(도보 약 16분 소요)를 걸었다. 가파른 경사로가 끝도 없이 이어져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목적지에 다다를 때쯤 흰색 옹벽이 나타났다. 벽면엔 왼쪽 화살표가 그려진 안내 푯말이 두개 붙어 있었다. 두개 중 왼편에는 '금호산 가는 길', 우측에는 '남산자락숲길'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초행길인 사람은 헷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21일 오후 응봉근린공원 앞에 설치된 반고개 쉼터를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온종일 장맛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며 푹푹 찌는 습한 날씨 때문인지 산을 오르기도 전에 몸과 마음이 완전히 지쳐 버렸다. 돌계단이 설치된 응봉근린공원 입구에서 벤치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다가 반가운 포스터를 발견했다. 옆에 있는 '반고개 쉼터에서 쉬었다 가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왜 등산을 하기도 전에 휴식을 취하라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알고 보니 응봉근린공원 들목이 서울에서 제일 높은 등산로 입구여서 이곳에 쉼터를 마련해 놓은 것이었다. 쉼터 안내문에는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금호산 트래킹 시작점에서 '시작이 반'이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휴식을 즐기다 가라"는 따뜻한 말이 쓰여 있었다.

 

21일 오후 한 시민이 응봉근린공원 내 남산자락숲길에서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쉼터에는 선풍기, 에어컨, 원목 식탁, 기다란 소파와 의자 몇 개가 준비됐다. 그 옆에는 '약수 3080+ 대찬성!!! 로또보다 3080 재개발', '민간 재개발했음 벌써 했다. 우리 구역은 3080+가 마지막 기회입니다', '동의율 70% 달성되면 브랜드 아파트가 내꺼!' 라고 적힌 플래카드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쉼터 곳곳을 휘둘러보고 응봉근린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계단과 연결된 나무데크길을 따라 천천히 산을 올랐다. 손수건과 미니 선풍기, 생수병도 무더위 앞에서는 별소용이 없었다. 손수건으로 닦아내도 땀이 금세 뚝뚝 떨어졌고, 선풍기 바람 세기를 4단계로 올려도 공기는 후텁지근하기만 했다. 생수병에 든 물은 뜨뜻미지근해 목이 말라도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달 21일 오후 한 시민이 응봉근린공원 내 남산자락숲길을 따라 걷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집에 가고픈 마음이 간절해질 때쯤 서울 용산구, 중구, 성동구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조망 명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산서울타워에서부터 시작해 국립극장, 동국대학교,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까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탁 트인 풍광에 취해 "그래! 이 맛에 등산하는 거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의 아름다운 모습은 불과 5분 전까지의 짜증 섞인 푸념을 없애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걷기 편한 '남산자락숲길'

 

지난 21일 오후 시민들이 응봉근린공원 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응봉근린공원과 관련해 재밌는 사실 중 하나는 도시개발로 조각난 녹지를 하나로 이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구는 무학봉에서부터 남산까지 연결된 '응봉친화숲길' 5.14km를 조성해 올 4월 26일 개통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돼 성별, 나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전 구간에 계단과 턱을 없애 유아차나 휠체어 사용자도 손쉽게 이용 가능하며, 숲길을 따라 걸으면 대현산, 금호산, 매봉산을 거쳐 남산까지 한번에 오를 수 있다.

 

구는 응봉친화숲길의 이름을 남산자락숲길로 고치고, 올 연말까지 버티고개 생태 육교와 남산을 잇는 마지막 구간을 준공할 예정이다. 남산자락숲길 전 구간이 개통되면 동쪽 신당동부터 서쪽 중림동까지 남산자락숲길, 서울로7017과 연결돼 중구를 가로지르는 보행 녹치축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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