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 힘' 제4차 전당대회 축사에서 "작년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선데다 수출은 9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고, 상반기 수출이 9.1% 증가하면서 무역 수지 흑자로 돌아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우리 성장률을 앞다퉈 조정하고, 2026년에는 우리 1인당 GDP가 4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발언을 빌자면 "정치는 몰라도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다"고 자화자찬에 가까운 후한 점수를 매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평가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동의할 지 의문이다. 수출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지만 내수 침체와 고금리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지금 우리 상황이 그렇게 한가롭지만은 않은 상태다. 당장 윤 대통령 발언 이틀 후인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을 보면 지난 1분기에 1.3% '깜짝 성장'을 했던 우리 경제가 2분기에는 2022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0.2%로 집계되며 '역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역성장'의 주된 요인은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분기 0.7%에서 2분기 -0.2%로, 건설투자 증가율은 1분기 3.3%에서 2분기 -1.1%로 떨어졌다. 고금리, 고물가 영향에 소비자들이 쉽사리 식료품 외에는 지갑을 열지 않았고, 건설경기 부진으로 시중에 돈이 돌지않으면서 체감 경기가 얼어붙은 것이다.
내수 부진 쇼크는 예상보다 골이 깊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소비 부진의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코로나19 때 매출이 줄면서 한껏 받았던 대출이 자영업자들을 옥죄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 314만명의 대출 잔액은 1043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들의 이자 부담은 7조2000억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이 230만원 뛰어오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출 창구엔 여전히 자영업자들이 많다. 은행에서 소외되면 저축은행 같은 제2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고, 그래도 급한 사정이 이어질 경우 더 금리가 높은 대출을 찾고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 말 2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4.18%로 집계됐다. 작년 말의 3.16%보다 1.02%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대출을 갚다 갚다 더 못버티면서 폐업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86만7292명)에 비해 11만9195명 증가한 것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다. 폐업 사유를 보면 '사업 부진'이 48만2183명으로 가장 많다. 문 닫는 자영업은 소매업, 서비스업, 음식업 순으로 많았다.
물가 불안도 여전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5월 연속 2%대 후반을 보였음에도 농산물, 외식 등 생활 물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대외적인 변수도 많다. 내수를 진작하려면 고금리 해소가 시급한데 환율 불안 등으로 미국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내리기도 어려운 처지다.
위태 위태한 경제 상황 속에 많은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2026년에 우리 1인당 GDP가 4만불을 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서민이나 소상공인 등을 포함해 대다수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정책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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