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한 회사로 합병한다. 다만 두 회사의 합병을 둘러싼 잡음은 적잖을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연내에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밥캣을 로보틱스로 넘기고, 내년 상반기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합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두산밥캣의 합병을 기점으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벽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합병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산은 밥캣과 로보틱스가 합병할 때 행정 절차 등으로 오랜 시간이 들 것으로 판단하고, 밥캣을 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한 후에 합병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지난 11일 두산그룹은 사업구조를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첨단소재 등 3대 부문으로 재편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존속법인)와 신설 투자법인으로 인적분할하고 신설투자법인이 두산밥캣의 지분을 소유하도록 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신설투자법인과 합병하고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 주주와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을 완전 자회사로 두는 사업구조 재편안에 대해 각 회사 이사회에서 통과했다고 밝혔다. 9월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 안이 통과된다면 두산에너빌리티가 46.06%의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의 간접지분은 13.8%에서 42%로 오른다.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두산의 지분은 68%에서 42%로 줄어든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알짜 자회사인 두산밥캣은 저평가, 두산로보틱스는 고평가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주주 권익이 침해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알짜 계열사인 두산밥캣을 적자 계열사인 두산로보틱스에 편입시키는 방식이 일반 주주의 이익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이사회가 선택한 지배권 이전 방식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두 회사의 이사회가 일반 주주 이익보다 그룹의 이익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합병은 일반 주주의 이익보다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개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격 협상을 통해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직접 매각해야 일반주주의 피해가 최소화 되지만 이같은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는 두산로보틱스에게 두산밥캣 주식의 직접 인수를 요구하고 두산밥캣 이사회는 주식 교환이 아닌 공개매수의 방법을 통해 두산밥캣 잔여 지분을 매입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금이라도 두산로보틱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분할합병·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철회하고 지분 직접 인수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을 떼어내면서 차입금 부담을 덜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인적 분할되는 두산밥캣 투자법인에 차입금 7200억원을 넘기고, 추가로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모두 1조2000억원의 차입금을 줄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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