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과 당근마켓이 나란히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사업 전개로 적자의 고리를 끊고 흑자 전환에 성공해 IT·유통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치열한 치킨게임이 펼쳐지는 음식배달 시장에서 2년 연속 흑자를 거두는 데 성공했고, 수익모델 부재로 사업성을 의심받았던 당근마켓은 처음으로 창사 이래 연간 흑자를 거뒀다. 두 기업은 모바일 온라인에서 사업을 영위 중이지만 역설적으로 현실 근거리를 중심으로 이용자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O2O(Online to Offline)사업을 성공시켰다.
◆우아한형제들 연속 흑자, "퀵커머스는 속도가 아닌 품목이 열쇠"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 3조 4000억원에 영업이익 7000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2조9471억원) 대비 15.9%, 영업이익은 전년도(4241억원) 대비 65% 증가했다. 그동안 쿠팡이츠, 요기요와 삼파전을 벌이며 팬데믹 당시부터 제로섬 게임을 펼치는 가운데 거둔 쾌거다.
우아한형제들의 실적 내역을 살펴보면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성장 속에 커머스 부문이 매출 성장을 이끌었고, 푸드 부문이 전체 실적 호조를 뒷받침했다. 공산품·식자재 등을 즉시 배달하는 퀵커머스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배민B마트 등 커머스부문의 실적이 개선됐고, 푸드부문에서 알뜰배달 등 신규 서비스가 배달 시장 성장을 견인한 결과다.
우아한형제들의 실적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퀵커머스 분야에서 거둔 괄목할 성과다. 퀵커머스는 팬데믹 사태 당시 급격히 성장하면서 미래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았으나 엔데믹(풍토화) 전환에 3고 사태가 맞물리면서 세계적으로 급격한 침체를 겪고 있는 분야다. 본격적인 엔데믹이 시작한 2022년 대표적인 미국 퀵커머스 기업 '프리지노모어(Fridge No More)'는 시리즈A 투자를 성공했던 '대박' 스타트업에서 삽시간에 파산하기도 했다.
반면 우아한형제들이 운영 중인 배민B마트는 상품 매출 6880억원(전년도 5122억원 대비 34% 증가)을 올렸다. 배민B마트의 성공요인으로는 상품군의 다양화와 함께 비용 절감을 위한 과감한 투자 및 기술 고도화를 꼽을 수 있다.
배민 앱에 입점한 셀러들이 상품을 판매하는 배민스토어는 2월 말 기준 40여 개 브랜드로, 일반판매자 500곳 이상이 입점한 상태다. 올초부터는 O2O 서비스 확장을 위해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입점도 돕고 있다. 서울, 경기, 부산, 대구, 울산, 대전, 천안 등에 약 70여개의 도심형 유통센터(Pick Packing Center, PPC) 또한 시장 확장을 통한 성장세에 한몫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퀵커머스 시장 확대를 위해 큰 투자와 비용절감을 위한 고도화 노력을 병행했다"며 "지난해부터 성과가 수치로 증명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커머스 영역에서 더욱 개선된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우리 동네 소식 전하자 수익 났다
당근마켓은 창사 8년만에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당근마켓의 매출은 1276억원, 영업이익은 173억원이다. 2022년 대비 매출은 2배 이상 늘고, 영업이익 또한 -464억원에서 흑자로 전환하며 그동안 지적 받았던 '구체적인 수익모델의 부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근마켓의 흑자 전환에는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광고 매출이 유효했다. 대부분 플랫폼 기업이 대기업 등 기업 광고를 중심으로 유치할 때 생활권을 기반으로 한 지역 동네 점포 광고 수익이 중심이 됐다.
당근마켓은 누적 가입자만 3600만 명에 달하는 중고거래 앱이다. 초등생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만큼 중고거래 장소에서 "당근이세요?"라고 다른 사람에게 말한 경험 등이 일상적인 헤프닝으로 통할 정도다. 글로벌 중고 거래 플랫폼들이 거래 건당 3~20%까지 매기는 수수료가 전혀 없고 매물 자체를 지역 중심으로 전시하는 당근마켓만의 전략 덕이다. 이탓에 그동안 당근마켓은 뚜렷한 수익처가 없다는 한계를 비판받았고 이용자 수와 영향력과 대비 되는 적자를 이어갔다.
역설적으로 이번 실적 전환의 성공은 앞선 '수익 모델 없음'에서 왔다.
수수료 없는 서비스는 지역을 중심으로 간편하게 중고 물건을 정리하고자 하는 이용자들을 불렀고 이는 곧 강력한 광고 시장을 만들어냈다. 당근마켓은 과거 동네 주민들에게 알리고자 나눠주던 가게 전단지와 같이 주민을 타깃으로 하는 소상공인 점포 등에 소액 광고를 받으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냈다. 이와 같은 모델은 현재 당근마켓이 유일한 것으로 확인된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당근은 초기부터 로컬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수요를 연결하는 하이퍼로컬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며 "월 기준 1900만이 이용하는 전국민적인 로컬 서비스가 되면서, 당근을 매개로 지역 타겟팅 광고와 마케팅을 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계속 늘고 있는 추세이며, 자연스럽게 실적 성장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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