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영업, "규모 축소 우려"...상반기 '보릿고개' 넘기자
채권매각 시급, 연체율 낮추면 충당금 되찾아...'손해봐도 이득'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저축은행권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여·수신을 모두 줄여 수익성이 악화한 만큼 상반기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을 지 관심사다.
최근 한국은행은 9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연 3.5%다.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는 아직 물가가 진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점차 밀리고 있는 만큼 속도를 늦출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빨라야 오는 하반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지자 저축은행권은 올 상반기 먹거리를 두고 고심이 깊어졌다. 지난해 대출문턱을 높이면서 여신잔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여신잔액은 317조3872억원이다. 같은해 1분기(343조7150억원) 대비 약 26조3300억원(7.65%) 감소했다. 2분기와 3분기 또한 감소세를 유지했는데 각각 332조4060억원, 326조0236억원으로 나타났다.
여신잔액이 줄어 들면서 수신경쟁력도 악화하고 있다. 은행권과 예금금리 격차를 0.1%포인트(p)도 벌리지 못하고 있다. 이날 기준 저축은행권의 정기예금(1년물)금리 상단은 연 4.10%다. 청주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이다.
반면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DGB대구은행의 'DGB주거래우대예금'과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이다. 두 상품 모두 연 4.05%의 금리를 적용한다. 저축은행 예금금리 상단과 0.05%p 차이에 불과하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안 나가니 수신할 필요성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라며 "단 이런 축소흐름이 장기화하면 결국 사업규모도 함께 줄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부실채권(NPL) 매각 방안을 반등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부실채권 전문투자회사(F&I)로의 NPL 매각에 눈독을 들일 전망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NPL 창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저축은행권의 개인사업자 NPL 매각처가 새출발기금으로 한정되면서 가격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 NPL매각을 서두를 것이란 입장도 나온다. NPL매각을 통해 연체율을 낮추면 그동안 쌓아놓은 충당금을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어서다. 다만 업권간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오히려 지난해 손해가 발생했던 저축은행의 자산포트폴리오가 더 건강할 수도 있다"며 "현재는 연체율 해소를 통해 쌓아놓은 충당금을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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