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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제약/의료/건강

의료현장 피로 누적, 전임의도 떠난다..비상진료체계도 붕괴 위기

전공의 집단 이탈이 시작된 지 나흘째인 23일 오전 광주 남구 한 2차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전체 70% 이상의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지 일주일이 지나며 의료 현장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전공의를 대신해 투입된 전임의(펠로우)들 마저 이탈 조짐을 보이는 데다 비응급 환자를 떠안은 2차 병원의 역시 과부하가 걸리며 비상 진료 체계도 붕괴 위기에 놓였다. 의료 대란의 '3월 초 위기'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피로 누적, 전임의도 떠난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전공의 대부분이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총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체 전공의 규모가 1만3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70% 이상이 병원을 떠난 셈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운지 일주일이 지나며 그들의 공백을 메우고 있던 전임의들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말께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는 전임의들이 병원과 재계약하지 않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인턴과 레지던트의 사직이 이어지자 이들을 대신에 초과근무를 하던 전임의들의 피로가 누적된 탓이다. 전임의는 전문의 자격 취득 후 병원에 남아 1~2년간 세부전공을 수련하는 의사다.

 

전임의 비중이 전체 의사의 10~20% 가량에 달하는 빅5(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 병원은 전임의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공백이 큰 상황에서 전임의까지 자리를 비우게 되면 의료 차질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23일 보건의료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끌어올렸다. 코로나19 유행 같은 감염병 상황을 빼고 보건의료 위기단계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차 병원 과부하도 우려 커져

 

의사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의 경우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역 거점 상급종합병원인 전남대병원 본·분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319명 중 278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중 200명 이상이 출근하지 않거나 정상적으로 근무하지 않고 있다. 조선대병원은 전공의 142명 중 113명이 복귀 명령 불이행 대상자로 최종 확정됐고, 이들 모두 근무하지 않고 있다.

 

신임 인턴 대다수도 임용을 포기했다. 전남대병원에 입사키로 했던 인턴 예정자 101명 중 86명(85%)이 임용을 포기했다. 조선대병원에서도 신입 인턴 36명이 모두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3차 의료기관들이 비상 진료 체계 운영에 따라 비응급 또는 회복 중인 환자들을 조기 퇴원 또는 전원 조치하면서 2차 병원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학병원으로 몰리던 외래 진료 환자들도 예약을 잡지 못하고 2차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진료 대기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상급 병원에서 소화하지 못한 수술까지 줄줄이 접수되면서 부담은 더욱 커졌다.

 

2차 병원 내 수술실·입원 병상 가동률이 꾸준히 증가할 경우 결국 각급 병원 내 진료 차질과 과부하가 발생할 우려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광주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3월 초까지도 전공의 이탈이 이어지면 남아있는 의료진의 피로도 누적이 심각하고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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