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IT/과학>IT/인터넷

"졸업하면 대기업 취업 보장" 오히려 떠나가는 계약학과 졸업생들

경기도 용인시 명지대학교 자연캠퍼스에 위치한 반도체공정진단연구소 시설의 모습. 과학인재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이 계약학과를 만들었다. /뉴시스

S대학 대학원의 공학계열 계약학과를 졸업한 A씨는 4년 다닌 회사를 관두고 해외 유학을 준비 중이다. A씨는 자신이 대학원 시절 기대한 바와 현실은 사못 다르다며 해외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돌아오고자 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유학 지원도 해주기야 하지요. 하지만 그럼 또다시 회사에 얽매이겠죠? 기업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연구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지만 그건 좀 큰 꿈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재확보를 목표로 기업이 만드는 계약학과의 의미가 무색하다. 올해 대입에서 대기업 취업을 보장하는 명문대 계약학과 90% 미등록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앞서 계약학과를 졸업한 이들 또한 기업을 떠나고 있다.

 

계약학과를 졸업한 후 회사를 나온 이들의 진로는 달라도 퇴사 이유는 비슷하다. 수직적·경쟁적 기업문화 속에서 경직된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동안 현실에 대한 회의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다.

 

계약학과는 2004년 처음 도입된 제도로 산업체 맞춤 인재를 양성하거나 소속 직원의 재교육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현재 대학원 내 계약학과는 총 363개(1개 폐교)로 이 중 공학계열은 절반 수준인 180개에 달하며 3237명이 재학 중이다. 채용조건형으로써 졸업 후 기업 취직을 의무로 하는 채용조건형 학과 재학생은 472명이나 2025년도부터 입학생을 모집하는 학과가 여럿 있는 만큼 3년 내 재학생 수는 600명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

 

제도 도입은 오래 전 시작 됐으나 최근 계약학과를 설치하거나 계획 중인 기업이 늘어난 데에는 고질적인 인력 부족 및 유출이 배경에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조사에 따르면 2022년까지 배출 된 공학계열(이학,의·약학제외) 박사는 약 2만 9000명으로 분석되는데, 향후 10년간 신규과학기술인력의 수요와 공급처 분석에서는 이공계열 박사는 1만 1000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학부대학도 심각하다. 김영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과기정통부로 받은 최근 10년(2012~2021년) 이공계 학생 유출입 현황에 따르면 34만 명에 달하는 이공계 학생이 해외로 나갔다.

 

인재 유출로 기업은 몸살을 앓고 있지만 대학·대학원 계약학과를 졸업한 이들은 "인력 유출에 대해 난리는 치지만 사실 잡아둘 방법은 마련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자신들로서는 바꿀 수 없는 기업문화를 외면하고 방치하는 동안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애정 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정함이 커진다는 것이다.

 

K대학교 계약학과 졸업 후 기업에 다니고 있는 B씨는 근무중인 사무실의 분위기를 토로했다. B씨는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기획도 황당한데, 고참들은 물리적인 시간상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왜 못하냐고 삿대질하고 소리지른다"며 "자기들은 과거 따귀도 맞았다고 좋은 줄 알라는데 그럼 맞았으니 지금 인격모독을 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고용부에 신고하고 세상에 알리고 싶지만 업계가 워낙 좁으니 그럴 수도 없다. 5년 짜리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하는데 겁주는 말인지 진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홍성민 STEPI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장은 포럼에서 인력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성적이 좋은 인재가 과학기술계로 유입되는 것보다는 탁월한 연구 환경을 만들어 유입되는 인재의 성장을 보장해 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홍 센터장은 "이공계 대학원도 학비, 연구비, 장학금을 더 지급하는 것으로는 대학원생 모집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인구감소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졸자 중 60%가 이공계 졸업자가 되어도 인구는 현재 수직 하강 중이다. 갈수록 인력은 줄어들텐데, 현 MZ세대 인력마저 놓쳐서는 안된다"며 "MZ세대들이 노동시장에 유입돼 연차를 쌓는 중인데 이들은 구세대와 다르다. 자신의 삶을 중요시 여기는 만큼 이들에게 구세대의 조직문화와 업무강도를 요구하면 미련없이 떠난다"고 말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