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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IT/인터넷

편의로 소환한 AI에 자리 뺏긴 사람들

신기술 도입으로 나타난 구조적 실업현상 '기술해고' 가시화
계약직·저임금 단순노동자 중심 해고 편견 깨고
핵심 기술 부서 직원들까지 '경영효율화' 이유로 내쳐
평생 교육 일상화·노동권 강화 통해
직업 이동·진입 쉬워야

지난해 열린 '2023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에서 인공지능(AI) 선별로봇이 폐기물을 분류, 정리하고 있다. 현재 재활용품은 100% 수작업으로 환경미화원과 재활용수거장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뉴시스

 

 

첨단 ICT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기술해고(technological unemployment)'가 현실화 하고 있다. 기술해고는 기술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일자리 손실과 구조적 실업사태를 뜻한다.

 

과거 기술해고 단어가 처음 등장했던 19세기 영국 러다이트 운동 노동자들은 산업혁명의 산물인 '기계'를 파괴했다. 그들은 신기술에 저항한 것처럼 비춰졌지만 실제로는 극소수의 자본가가 차지한 자본과 기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기술 진보와 인간 노동의 균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었다.

 

현대사회는 200년 전 '기술해고'를 대대적으로 소환하고 효율성'을 근거로 쉽게 기술해고를 이어가고 있다.

 

15일 <메트로 경제> 의 취재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현장에 도입돼 빠른 속도로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기술해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 아마존, 듀오링고 등이 지난 1년 간 1만 명대 이상 인력을 해고했으며, 한국도 지난해 KB은행 상담센터 대량해고 사건이 일어나며 기술해고 현상이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가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전세계 일자리의 1/4이 10.2%의 성장과 12.3%의 감소를 각각 겪으며 변화할 전망이다.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803개 글로벌 기업의 예측을 합산한 결과 6억 7300만 개의 일자리 중 8300만 개가 줄어들고 그중 1400만개는 아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창출되는 일자리는 6900만개에 불과할 전망이다. 지피아(Zippia)는 조사결과

 

기술도입으로 인한 인력해고는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특히 기술 개발을 주도 중인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자사가 개발한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인력감축을 시행했다.

 

지난 9일 듀오링고는 생성형 AI 도입으로 전환함으로써 계약직 직원의 10%를 해고했다. 듀오링고는 가급적 직접해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체 일자리를 찾는 데에 힘썼으나 생성형AI 도입으로 인한 기술해고 사태는 미국에 큰 충격을 줬다.

 

기술해고는 해고가 상대적으로 유연한 계약직 직원에 한하지 않는다. 아마존은 10일 트위치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 비디오, MGM 스튜디오에서 수백명을 해고했다. 트위치 전체 직원의 35%에 해당하는 500명 이상이 직위해제 됐고 프라임비디오와 MGM 스튜디오 또한 비슷한 수준으로 인력 해고가 이루어졌다. 2022년 말부터 아마존이 해고한 인력은 2만 7000명에 달한다. 제록스 또한 이달 중 직원 2만 3000명 중 15%를 감축하겠다고 연초 발표했고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 제공기업 유니티 소프트웨어도 인력의 25%인 1800명을 감축하겠다 알렸다.

 

구글은 지난해 1월에만 1만 2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핵심 엔지니어링 조직인 Google 어시스턴트, Pixel, Fitbit, Nest 등 주요 하드웨어 부서에서도 직원 수백 명을 해고했다.

 

구글은 대변인을 통해 "회사의 가장 큰 우선순위와 다가올 변화에 책임감 있는 자세로 투자 중"이라며 "일부 팀에서는 여러 직무를 폐기했고, 새로운 종류의 조직 변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력감축을 시행한 기업들은 대체로 원인을 불안한 경제 요건에 따른 경영 효율화로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경영 효율화는 맞지만 고려된 요소는 대외 경제보다 사내 기술도입에 따라 나타난 불필요한 일자리 발생과 기업문화 변화에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제조업이 많고 기업의 디지털 전환(DX·DigitalTransformation)이 더딘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도 기술해고를 피해가지 못했다. 한국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해고절차가 까다롭지만 협력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해고가 잦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월부터 계속해서 고객 전화 상담센터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콜센터 협력업체를 기존 6곳에서 4곳으로 줄여 해지 된 2곳의 직원 240여 명이 해고 위기에 몰렸다. 김현주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대전지역 지부장은 은행 업무 대부분이 모바일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외환, 기업뱅킹 등 고난이도 업무를 중심으로 한 상담이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 측은 "인공지능 상담이 늘고, 코로나19가 지나간 이후 영업점에서 대면 영업을 잘 진행하면서 콜센터 콜 수가 줄었다"고 이유를 들었다.

 

기술발전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대책을 제시한다. 특히 기술해고의 특징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한다. 기술해고는 특정 직업군에 한정해서 나타나지 않고 전문직 숙련노동자부터 저임금 노동자까지 전반으로 나타난다. 또 청년층은 디지털 친화적인 세대 전반의 면모보다 낮은 숙련도가 노동시장에서 먼저 포착되는 만큼 더욱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술해고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의 노동자에 대한 평생학습보장과 보편적인 사회보호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이동과 진입의 경직성은 직업교육훈련의 제도를 얼마나 이용했느냐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난다"며 "비경제활동인구를 포괄한 교육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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